박근혜 대통령은 27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전격 표명한 사의에 대해 사태 수습 이후 수리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정 총리는 사퇴를 전제로 직책을 수행하는 ‘시한부 총리’로서 세월호 사고 수습을 총괄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가뜩이나 정부 컨트롤 타워 혼선과 무능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컨트롤 타워 무기력증까지 초래해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은 정 총리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것에 대해 수리하기로 했다”면서도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구조작업과 사고 수습으로 이게 최우선이기 때문에 사고 수습 이후 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박 대통령이 말씀) 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홍원 총리는 이날 오전 “이번 사고가 발생하기 전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 대응과 수습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하여 국민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며 전격적인 사의를 밝혔다. 정 총리는 “진작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자 했으나 우선은 사고수습이 급선무이고, 하루빨리 사고수습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책임있는 자세라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제가 자리를 지킴으로써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사퇴할 것을 결심했다”고 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 총리의 전격적인 사의 표명은 세월호 참사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과 혼선을 두고 여론이 악화하자 선제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민심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종자 수색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 총리가 사퇴할 경우 범부처 대응의 혼선을 초래하는 무책임한 대응으로 비칠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잠정적 사표수리’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사고 초기부터 한발 빠져 있던 청와대가 정부에만 계속 책임을 지우는 형태여서 ‘청와대 책임회피론’이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여론 악화가 대규모 인명피해 못지 않게 정부의 말과 행동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해 ‘시한부 총리’의 사고수습이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전망이 앞선다. 전날 사고수습 방안 전반을 논의하기 위해 정 총리 주재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실종자 구조수색과 실종자 가족 돌봄 등에 부처별 역할을 재점검하고 이를 유기적 체계적으로 진행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의 한 줄짜리 보도자료를 내놓는 등 무기력한 정부 대응을 그대로 드러냈다.
야권은 이날 정 총리의 나홀로 사의 표명은 국면전환용의 무책임한 모습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는 “중요한 건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자세”라면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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