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가 성장률을 갉아먹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는 얼어붙었고 기업투자도 급감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4%포인트나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민간소비는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27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내수 침체에 따른 경제적 기회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2009~2013년 민간소비(부가가치 기준)와 기업투자는 장기균형(적정규모)보다 각각 연평균 8조400억원, 8조680억원씩 부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장기균형 수준만큼 내수가 이뤄졌으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0.4%포인트 상승한 3.9%를 달성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내수비중은 1996년 99.7%로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 74.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87.1%)과 일본(79.4%)보다 더 빠르게 내수 위축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소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55.7%에서 2013년 50.6%로 하락했고, 기업투자도 같은 기간 30.8%에서 24.6%로 하락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탓에 기업들의 투자가 급감한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민간소비가 좀처럼 나아지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소비여력이 약화됐다. 세금은 늘고 부동산 시장은 지지부진하고 전셋값은 급등하면서 소비 주체인 중산층이 무너져 내렸다. 연구원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증가율은 2003년 이후 연평균 1%의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국민들이 1년간 낸 세금과 사회보장기여금의 GDP 비중(국민부담률)도 지난해 27%를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들이 은퇴하면서 노후준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소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기대수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은퇴연령은 낮아지면서 평생 벌어들일 수 있는 기대소득은 낮아져 노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커지니깐 고령층일수록 소비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소비는 더 위축될 것으로 우려됐다. 항공업계와 여행ㆍ숙박업계는 예약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등도 매출이 줄고 있다. 하나투어의 4~6월 예약률은 전년 대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주요 카드사의 개인 신용카드 이용액도 16~22일 사고 이후 하루 평균 4%가량 감소했다.
다만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소비위축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이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세월호 사고 이후 소비심리가 둔화하는 징후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소비 위축이 언제까지 갈지,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오락문화 분야에서의 소비지출이 줄었을 텐데 이 업종은 전체 민간소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소비가 위축되더라도 당장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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