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산하 고양문화재단이 26, 27일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음악 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뷰민라) 개최를 하루 전날 취소했다. 재단은 “취소나 연기가 안 된다면 실내 공연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전달했으나 주최사가 행사 성격상 실내 공연으로 전환할 수 없고 스케줄 때문에 연기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며 “고양시와 재단에 행사를 취소해 달라는 민원이 많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했다. 고양아람누리는 세월호 침몰 이후에도 클래식 공연은 계속 해왔다.
주최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현규 민트페이퍼 이사는 “장비 설치를 마치고 리허설이 끝날 때까지 특별한 제지나 협상 조치가 없었는데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애도하는 마음으로 숙연하게 꾸미겠다는 뜻을 밝힌 음악가들은 갑작스런 취소 통보에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뷰민라’는 정치권의 선거운동에도 이용됐다. 백성운 고양시장 새누리당 예비후보는 25일 ‘세월호 통곡 속 풍악놀이 웬말인가’라는 성명서로 최성 고양시장을 비난했다. “대낮부터 밴드와 맥주 음악 페스티벌이라니 대체 100만 고양시민의 통곡을 무시할 수 있는 특권, 누구에게서 받았나”며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인데도 술 마시며 흥겨운 가락에 흥겨워해도 되느냐”고 했다. 고양시의 음악페스티벌 강행을 “반상식적이고, 반시민적인 폭거”라고 규탄한 그는 새누리당이 대외적인 선거 운동 중단을 선언한 지 사흘밖에 안된 20일 총동문회 및 체육대회 자리에 참석해 막걸리를 마시고 명함을 돌려 논란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백 예비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명서를 다음 날 삭제했다.
대중음악계는 뷰민라에 엇갈린 의견을 보이면서도 강제적인 취소 통보에는 반감을 드러냈다. 국민 정서 상 행사 진행이 무리일 수 있으나 정부 기관의 일방적인 취소와 대중음악에 대한 무시와 오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디 음악계 종사자 다수는 “음악을 통해 슬픔을 나누고 애도를 표현하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데 음악 축제를 흥청망청 술을 마시는 풍악놀이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가나 정부 기관이 애도를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행사 개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시기가 이른 감이 있어 취소나 연기가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지자체 산하기관인 대관사가 공연 하루 전 일방적으로 취소한 것은 정치권의 개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뷰민라에 출연할 예정이던 음악가들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그룹 데이브레이크의 이원석은 “아픔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희망을 노래하고 싶었는데 가벼운 딴따라질로 치부돼 가슴이 아프다”고 했고 가수 주윤하 역시 “이 나라가 음악과 음악가들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고 했다. 민트페이퍼는 행사 취소가 결정되지 않은 24일 공연 수익 여부와 관계 없이 5,000만원을 기부하겠다고 했다. 음악인들이 눈물 흘리며 추모와 애도의 뜻을 나눌 때 정치인들은 권력 다툼 외에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고경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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