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와 유씨 일가 소유 기업들이 ㈜세모의 직장신용협동조합인 세모신협에서 불법대출을 받아 온 단서를 금융당국이 확인했다. 조합원들의 공적부조가 본래 목적인 신협을 유 씨 일가가 개인 사금고처럼 이용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신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세모 등 청해진해운 관계사들이 세모신협으로부터 대출받은 금액은 확인된 것만 지난해 말 기준 총14억2,700만원으로, 세모신협 자본금(75억여원)의 19%, 세모신협의 지난해 총 대출잔액 60억여원의 24%에 달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행 신협법은 비조합원에 대한 대출의 경우 그 해 새로 취급하는 대출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돼 있다”며 “세모신협의 지난해 신규 취급 여신 규모를 따져봐야겠지만, 신협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어 추가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가 조합원으로 참여해 설립된 신협은 금융당국의 검사가 시작된 세모ㆍ한평ㆍ인평신협을 포함해 전국에 10여개 정도로, 이들 중 5개 신협이 청해진해운 관계사에 85억여원을 대출해 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신협들 또한 대출심사 적정성 규정을 위반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씨가 대주주로 있는 트라이곤코리아를 보면 사실상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데,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평신협 등 4개 신협에서 38억9,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사실상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신협은 금융기관이라기보단 서민들이 모여 십시일반 돈을 모은 뒤 돈이 급한 조합원들에게 빌려주는 공적부조 성격이 강하다”며 “주로 구원파 신도들이 조합원으로 이뤄진 이들 신협이 유씨 일가에게 빌려준 돈 중 드러난 것은 아직 수십억원에 불과해 좀 더 조사를 진행해야겠지만, 유 씨 일가가 신협 자금을 쌈짓돈처럼 돈을 빼 써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구원파 주변에서 “신도들에게 신협에 강제로 출자하게 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신협은 여신 규모가 크지 않아 사실상 금융당국의 관리ㆍ감독 사각지대에 있다. 이 때문에 불법ㆍ부실 대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 22일에는 부산치과의사신협은 비조합원 대출한도 초과 등으로 문책경고 등을 받는 등 신협 3곳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조치를 받았다. 신협중앙회도 원리금상환능력이 사실상 없는 사업자의 말만 믿고 21억원을 빌려줬다 13억여원의 손실을 입어, 금감원으로부터 지난해 10월 제재조치를 받았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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