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장례라도 치르게 해주세요.”
세월호 침몰 사고 열흘째인 25일 진도 실내체육관은 희생자의 시신이 발견돼 떠난 가족들이 늘면서 빈 자리가 많아졌다. 살아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던 실종자 가족들은 혹여 시신조차 찾지 못하게 될까 불안해 했다.
한 학부모는 이날 단상에 올라 “(시신을) 하루라도 빨리 찾아야 하지 않겠냐”면서 “사망자의 신원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치과 진료 기록이나 치아 특징을 상세히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가족 수십 명이 차례로 나와 무거운 침묵 속에서 A4 용지를 채웠다.
그러나 이날 맑은 날씨에도 수색 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실종자 가족들은 힘겹게 참았던 분노를 곳곳에서 터뜨렸다. 조류가 느려 수중 수색의 적기였던 소조기가 지난데다 26일부터 궂은 날씨가 예상되면서 시신 유실과 훼손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탓이다. 가장 많은 실종자가 나온 안산 단원고 2학년 8반 학부모들은 체육관 구석에 모여 “강남 애들이었다면 벌써 찾았을 것” “못난 부모라서 자식 시신이라도 찾게 해달라고 이렇게 빌어야 한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도 극에 달하고 있다. 침몰 사고 이후 실종자 수색에 직접 참여해 온 김진황 해군 대령이 오후 5시쯤 단상에 올라 열흘 간의 수색 상황을 설명하자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실종자 가족들은 설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수색 어렵다고 말만하지 말고 찾아낼 방법을 말하라” “동원했다는 그 많은 수색 인원은 다 어디로 갔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전날 저녁에는 더딘 수색을 참다 못한 가족들이 진도 팽목항을 찾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앉혀 놓고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한 실종학생의 엄마는 “우리 아이 찾지 못하면 여기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마라, 수색이 끝날 때까지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한다” 고 말했고, 또다른 학부모는 거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 장관과 김 청장은 “민간 잠수사를 투입해 총력 수색을 해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을 받아들였고, 7시간여 만인 25일 오전 2시쯤 자리를 떴다.
진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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