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ㆍ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발행ㆍ264쪽ㆍ1만1,500원
무라카미 하루키(65)의 첫 소설집 중국행 슬로보트가 작가의 개고(改稿)를 거쳐 다시 나왔다.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외 작가인 하루키가 1983년 발표한 이 소설집이 1999년, 2003년 두 차례 번역된 데 이어 이번에 다시 나온 건 작가의 ‘보수공사’ 때문이다.
하루키가 ‘일단 발표한 작품은 더 이상 손을 대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개고를 하기로 마음먹은 건 “전집 형태로 출판하는 것이고, 단행본 오리지널 버전과 다른 또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할 다시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소설집엔 표제작을 포함해 ‘가난한 아주머니의 이야기’ ‘뉴욕 탄광의 비극’ ‘캥거루 통신’ ‘오후의 마지막 잔디’ ‘땅속 그녀의 작은 개’ ‘시드니의 그린 스트리트’까지 일곱 편의 단편이 담겼다. 번역은 1990년 일본 출판사 고단샤가 출간한 전집 ‘무라카미 하루키 전 작품 1979~1989 ③ 단편집 I’을 저본으로 삼았다.
작가는 “대폭 손질한 것도 있고 몇 구절 표현을 고치는 정도에 그친 것도 있다”면서 “당시 충분히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조금이라도 명확히 만드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여기는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하고 지금에야 후회가 드는 부분만 고쳤다”고 밝혔다. 중반 이후를 상당히 많이 고쳐 쓴 ‘중국행 슬로보트’를 원본 번역서와 대조해 보면 큰 틀이 바뀌었다기보다 표현 방식이 달라진 정도라는 걸 알 수 있다. 하루키는 보수공사를 끝내고 나니 “나라는 인간, 즉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의 대략적 모습이 이 단편집 안에 이미 드러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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