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들은 그리스와 히브리 두 문명을 물려받아 자기 것으로 소화했을 뿐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 맞게 변용하는데 성공했다. 광대한 제국에 대해 자부심을 가졌고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확신에 넘쳐 다른 문명을 깎아 내리지도 않았다. 이러한 로마 특유의 실용주의는 다른 문명의 장점을 더욱 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 책은 로마 역사에 더해 로마의 행정과 법률, 토목과 건축, 문학, 철학, 기독교 등을 살펴보면서 현대 서구인들이 다양한 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로마인과 닮아 있음을 밝혀낸다.
더불어 로마사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 로마 전반을 알기 쉽게 전해준다. 그리스 철학을 미학적으로 감칠맛 나게 가다듬었던 로마의 철학자들, 그리스극의 관습을 개량해 등장인물을 풍부하게 했던 플라우투스와 테렌티우스의 희극들에 대한 소개도 돋보인다. 역사상 가장 내구성이 뛰어난 로마인의 도로와 항만, 운하 등 구조물과 아치와 콘크리트로 세워진 여러 극장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고대 그리스를 이어 현대 서구 문명의 기초를 놓은 찬란한 로마 문명의 모든 것을 담았다. 이광일 옮김ㆍ이론과실천ㆍ508쪽ㆍ2만9,000원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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