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과 승무원 239명과 함께 실종된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편명 MH370) 수색 작업이 26일로 50일을 맞았다. 지난달 8일 기체 실종 직후부터 남중국해, 북인도양, 남인도양을 거치며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 중인 수색 작업은 여전히 파편 한 점 찾지 못한 채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미숙한 초동 대응과 불투명한 정보 공개로 비난을 사온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음주 이번 사건에 대한 예비보고서를 공개하는 한편 미국 영국 프랑스 당국이 참여하는 국제조사팀을 구성한다고 발표했다.
잠수정 투입도 성과 못 내
다국적 수색팀은 25일 호주 서부의 남인도양 해역에서 해저ㆍ해상 수색을 이어갔다. 수중음파탐지기를 갖춘 미국 해군 무인잠수정 블루핀-21은 이날로 13번째 블랙박스 수색 작업을 수행했다. 이달 6일과 8일 실종기의 블랙박스 신호를 잇따라 포착한 수색팀은 마지막 신호 포착 지점 일대(면적 310㎢)를 수색 범위로 정하고 이달 14일부터 블루핀-21을 투입했다. 호주 북서부 해안도시 엑스마우스에서 서쪽으로 885㎞ 떨어진 해역에서 진행 중인 해저 수색은 그러나 목표 면적의 95% 이상을 훑은 이날 오전까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블랙박스 발신장치의 배터리 소진으로 추가 신호도 기대할 수 없다.
이보다 남쪽 해상에선 항공기 8대와 선박 10대가 면적 4만9,000㎢ 해역에서 기체 수색에 나섰지만 강풍과 파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틀 전 호주 서남부 해안에서 여객기 잔해로 추정되는 부유물이 발견됐다가 기체와 무관한 것으로 판명되는 등 해상 수색에서도 기대와 실망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전 대비하는 수색당국
기대했던 해저 탐색마저 성과 없이 끝나가면서 수색팀은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색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호주 합동수색조정센터는 25일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 당국과 향후 수색 작업 진행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존스턴 호주 국방장관도 “예정된 해저 수색이 끝나는 다음 주 쯤 수색 작업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며 “(블루핀보다)더욱 강력한 수중탐사장비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타이태닉호와 호주 함정 HMAS시드니호를 인양할 때 활약했던 원격조종잠수정(ROV)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함정과 케이블로 연결해 운용하는 ROV는 통제실 조종으로 해저 영상 촬영, 로봇팔을 이용한 물체 인양이 가능하다.
수색 장기화에 따라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 작업은 참가국 수, 투입 물량 등에서 역대 실종기 수색 작업 중 최대 규모다. 한때 26개국에 달했던 수색 참가국 수는 현재도 한국을 포함해 8개국에 이른다. 참가국들이 각자 부담하는 수색 비용 또한 이전 최고액이었던 2009년 에어프랑스 여객기 추락 사고 때의 5,400만달러(562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말레이시아, 호주 등 당사국들은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블랙박스 발견까지 2년이 걸린 에어프랑스 사고 때처럼 수색이 장기화된다면 수색팀 축소는 불가피해 보인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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