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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무능력 때문에 해고당했다? 천만의 말씀!

입력
2014.04.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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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

마이클 페럴먼 지음ㆍ김영배 옮김

어바웃어북 발행ㆍ464쪽ㆍ2만원

최근 미국에 ‘요요(YOYO) 경제’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네 일은 네가 책임져라(You’re On Your Own)’는 구호를 앞세우며 실직을 노동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를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실업은 개인이 무능한 탓일까.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그토록 무능한 사람으로 만든 것일까.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 수갑(The Invisible Handcuffs Of Capitalism)’이 원제인 이 책에서 마이클 페럴먼은, 자신이 일을 잃고 가난해진 원인을 무능 때문이라고 여기는 노동자들의 자책을 강하게 부정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로 좌파 경제학자인 저자는 ‘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 시스템과 주류 경제학의 모순을 끄집어내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데 주력한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250년 전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자본주의에 대한 무한 신뢰를 은유하는 이 표현은 지금도 경제학 교과서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공정하고도 효율적인 경제를 창출하는 쪽으로 작동한다는 게 스미스의 생각이다.

후대 주류 경제학자들은 어려운 물리학 수식을 빌려 이 같은 생각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어 과학으로 격상시켰다. 경제 위기가 빈번해지면서 자신들의 과학에 허점이 노출될 때마다 똘똘 뭉쳐 더 어렵고 복잡한 수식을 만들어 자신들의 학문과 자본주의를 지켰다.

주류 경제학자들은 그러나 노동에는 무관심했다. 노동자를 노동력(혹은 기술 등)을 파는 상인이라는 관점에서만 주목했다. 스미스는 “사람들이 교환함으로써 살아가거나 상인으로 변해가고, 사회 그 자체는 적절하게 상업사회의 형태로 진화한다”고 했다. 경제가 돌아가는 핵심이 생산보다 교환(거래)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노동’이라는 개념을 ‘거래’로 대체함으로써 (자본주의적 관점에서는 태생적으로 불온한) 노동의 가치를 아예 거세해 버렸다. 이런 편협한 시각이 지금도 경제학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팽배해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경쟁에서 도태된 노동자는 존재 자체를 부정 당한다. 경쟁에서 뒤처져 일자리를 잃거나 처음부터 아예 일할 기회를 부여 받지 못한 사람들은 ‘무능한 자’라는 낙인이 찍혀 노예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페럴먼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시장만능주의의 구호를 ‘보이지 않는 수갑’으로 풍자하면서, 보이지 않는 수갑이 어떻게 노동자를 무능한 존재로 전락시켰는지 낱낱이 고발한다. 긴 세월 동안 노동자들을 줄곧 사지(死地)로 내몬 자본 세력을 주류 경제학자들이 어떻게 방조하고 교묘하게 옹호해 왔는지를 조목조목 규명해낸다.

페럴먼이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는데 사용한 키워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상 강도 프로크루스테스다. 프로크루스테스가 아테네 부근 마을 사람들을 잡아와 강철 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이고 길면 잘라 버렸다. 이처럼 자본에 경도된 획일적 시장주의가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진단이다. 이 획일주의가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그들을 무능한 존재로 전락시킨다고 주장한다.

익히 아는 대로 프로크루스테스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 의해 자신이 저지르던 악행과 똑 같은 방식으로 죽는다. 저자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노동 부문을 질식시켰던 획일적 시장주의가 끝내는 자기 자신마저 비운에 빠뜨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고 있다. 페럴먼은 “노동에 대한 지나친 통제를 멈춰 지금껏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노동자들의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경제 활력을 키우는 데 유리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노동자의 시각으로 경제를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저자의 염원이 보인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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