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마음
조너선 하이트 지음ㆍ왕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발행ㆍ692쪽ㆍ2만9,000원
침몰하는 세월호와 승객을 남겨둔 채 자기만 살겠다고 구명정에 올라탄 선장과 승무원들은 과연 어느 정도의 도덕성을 가졌을까. 최근 만난 한 과학철학자는 이들이 도덕이라는 인간 특유의 고차원적인 본성을 발현하지 못한 채, 그저 생명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자신의 생존만을 위해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도덕적 판단시스템이 이들에게 작동했다면 이번 사고의 피해가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을 침팬지와 구분하는 이 도덕은 과연 어디서 기원했고, 어떤 원리에 따라 발현될까. 나아가 인간 사회가 감당해야 하는 정치세력간, 종교간 갈등을 높은 수준의 도덕이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인 조너선 하이트 미 뉴욕대학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도덕심리학)는 2008년 ‘진보와 보수의 도덕적 뿌리’ 등을 다룬 자신의 TED 동영상 강의가 300만 건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면서 학계는 물론 도덕의 정체에 궁금증을 가진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국제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가 ‘2012년 세계 100대 사상가’로 꼽았던 하이트 교수는 이 책에서 도덕, 즉 바른 마음이 인간의 DNA에 새겨진 본성이지만 단순히 올바르게 살기 위한 지침처럼 항상 작동하진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성의 추론보다 직관이 앞서 작용할 때 도덕적 판단이 이뤄진다고 강조한다. 세월호 선장이 비도덕적인 판단을 해놓고, 자꾸 이를 정당화하려는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바로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인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은 자기보다 연약하고 위험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구하지 않은 세월호 선장의 행위를 놓고 “도덕적으로 잘못된 판단”이라 지탄한다. 저자는 그러나 근친상간 행위라도 피임만 확실히 했다면 “죄를 저질렀다”고 낙인을 찍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결국 ‘타인에게 해를 끼쳤느냐’의 여부가 도덕적 규범의 위반 여부를 가리는 판단 기준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세월호 선장의 행위는 누가 봐도 도덕적 규범, 즉 인간이라면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된다는 규칙을 깼기 때문에 비난 받지만 근친상간은 누구도 해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저자는 개개인에게 도리를 다하는 것이 도덕성의 핵심이며 충성심, 의무감, 애국심, 전통 등의 덕목보다 ‘인간을 지키는 것’과 ‘공평성’이 도덕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인다.
책은 도덕의 정체를 보여주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이 도덕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갓 태어난 아이도 갖고 있는데, 심리학자들은 아기들이 중력법칙에 어긋나는 상황을 보았을 때 유별난 관심을 보이듯 남에게 해를 끼치는 모습을 상징하는 인형극에 특히 불편한 반응을 보인 사실을 여러 실험으로 확인했다. 복잡한 도덕관념을 깨우치려면 사회적 학습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도덕을 지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란 얘기다.
저자는 “이 시대의 중요한 문제들은 모두 옳음과 옳음의 싸움”이라고 말한다. 세상의 갈등이 단순히 선과 악의 충돌로 해석될 수 없으며 각자의 ‘도덕’을 앞세운 투쟁이라는 지적이다. 우리 인간이 집단 간 경쟁을 통해 진화해온 만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어느 정도 움직이도록 도덕심이 작용하며 집단이 ‘바르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군집하는 속성이 있다고 책은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이 지나칠 때 집단이기주의 나아가 파시즘과 같은 과격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설명은 하나의 주의나 종교에 깊숙이 빠지면 왜 그것에서 벗어나기 힘든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결국 도덕과 도덕이 부딪히는 갈등들이 대부분인 만큼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포기하지는 말라고 책은 당부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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