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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타곤, 러시아산 헬기 공급 딜레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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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펜타곤, 러시아산 헬기 공급 딜레마에

입력
2014.04.23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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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러시아를 제재하기 위해 추진하는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중단 움직임에 미 국방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아프가니스탄 정부군 무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유력 매체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SCM)는 “미국은 러시아 국영 무기 제조업체 로소보로네스포르트가 제조한 헬리콥터 MI-17을 아프가니스탄 국가보안군에 공급하고 있어, 펜타곤(국방부) 관료들이 암묵적으로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중단 조치에 반대해 왔다”고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부시 정부 당시 로소보로네스포르트는 미국의 제재를 받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면서 제재를 해제하고 이 업체에 헬기 공급을 맡겼다. 로소보로네스포르트는 올 연말까지 미국 정부에 21대를 납품하기로 돼 있고, 이 물량은 모두 아프간 공군에 배치된다.

문제가 꼬인 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공화국을 합병한 직후인 지난달 24일이다. 미국 공화당 댄 코츠 상원의원은 이날 미국 정부가 로소보로네스포르트와의 모든 거래를 금지하고 기존 계약도 중단하는 내용의 우크라이나 지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업체는 러시아 무기 해외수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재건 사업을 주도하는 입장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다목적 전투 헬기 MI-17은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지형에 적합하고, 구 소련이 점령했던 시절부터 사용돼 아프간 조종사들에게 익숙한 기종이다. 2003~2005년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을 지낸 데이비드 바르노 예비역 중장은 “MI-17 헬기는 조종 및 유지ㆍ보수도 간편해 아프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계약을 파기하면 위약금으로 최대 1억달러를 물어내야 하고, 기종 변경으로 인해 아프간 특수임무대 편성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민주당 소속인 리차드 블루멘탈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은 “펜타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며 “MI-17기 구매를 5월 20일까지 중단하지 않으면 초당적 지지를 받도록 입법화를 시도해 의회가 대신 악역을 맡겠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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