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합동분향소 스케치
일배(一拜) 이배(二拜) 삼배(三拜)….
23일 오후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학생ㆍ교사들의 영정과 위패가 모셔진 안산 올림픽기념관 임시 합동분향소. 검은 상복을 입은 한 30대 남성이 영정 앞에서 연신 무릎을 꿇었다. 뚝뚝 바닥으로 눈물을 떨구며 이어진 큰절은 200배를 넘어섰다. 중간중간 바닥에 엎드려 흐느끼고 잠시 다리를 멈추긴 했지만 큰절은 끊어지지 않았다. 302배까지 마친 이 남성은 흐트러진 옷 매무새를 고친 후 학생과 교사 영정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눈물로 이들의 넋을 달랬다.
아직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단원고 2학년 3반 김모(17)양과 같은 교회를 다니는 유모(32)씨는 “이번 사고로 302명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발생해 이들을 애도하고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에 302번 절을 했다”면서 “실종자들이 하루 빨리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안산올림픽기념관 합동분향소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한 손에 국화꽃을 들고 엄마 손을 꼭 잡은 어린 아이부터 전동 휠체어에 몸을 맡긴 장애인, 백발의 노인들, 파란 눈의 외국인까지 안타깝고, 아깝기만 한 이들의 죽음을 위로하는 마음은 한결 같았다. 국화를 바치는 조문객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재학생과 유족들은 아직도 희생자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좀처럼 영정사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사고 소식을 듣고 태국에서 5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는 왓포사 승려 파수와이 아사싱(32)씨는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이 상황이 너무 슬프다”며 “영정사진을 보니 너무 어리고 예쁜 학생들인데 모두 좋은 곳으로 가길 빈다”고 말했다. 자신의 손자ㆍ손녀보다 더 어린 희생자들에게 큰절을 한 최영수(87) 할아버지는 “너무도 아깝고 안타까워서 집에만 있을 수 없어 부천에서 찾아왔다”며 “학생들, 그리고 제자를 아꼈던 스승의 마음을 기리기 위해 예의를 갖췄다”고 말했다.
이날 자정까지 1만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임시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합동분향소 입구에는 ‘언니, 16년 동안 즐거웠어. 사랑해’ ‘딸, 잘 잤어? 친구들 만나 얘기하느라 못 잤으려나?’ ‘선생님, 애들 지켜주시고 있는 것 맞으시죠? 살아서 스승의 날 만나요’ 등 가족과 제자들의 글이 나붙어 조문객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안산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는 29일 안산 초지동 화랑유원지에 마련되는 정식 합동 분향소로 옮겨져 조문객을 받는다.
안산=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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