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님!”
“아~ 옙! 아~ 옙! 사랑해요, 누나! 나도 사랑해요! 제가 물어볼 곳은 옙~!”
114 콜센터에 어느 날 한 고등학생이 전화를 걸어왔다. 상담사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지만, 꾹 참았다. 수화기 너머로 이어지는 목소리는 마치 속사포(빠른) 랩 같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 학생은 근처 치킨집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상담사는 웃음을 참고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그는 “비록 진짜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었지만 어쨌든 사랑한다는 고백(?)을 받고 나니 기분이 왠지 모르게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밀려 점차 잊혀지고 있는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114’가 올해로 탄생 79주년을 맞는다. 그 긴 세월 동안 상담원들은 단순히 전화번호만을 안내한 것이 아니라 우리네 희로애락과도 함께 했다. 114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CS는 23일 그동안의 114 상담에피소드를 엮어 ‘웃음 한 스푼, 추억 두 스푼’을 발간했다.
안타까운 사연이 가슴을 울린 적도 있다. 고객 만족석 노영은 팀장은 한 중년 남성의 전화를 떠올렸다. 술에 취한 듯한 중년 남성의 사연은 이랬다. 젊은 시절 제법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에 다녔다. 그땐 잘나갔는데, 2007년 ‘IMF 위기’로 완전히 망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내도 도망가고 딸과도 연락이 끊어졌다. 그는 “(딸이) 너무 보고 싶은데 전화가 안 돼요. 번호가 바뀌었다는데 제발 좀 가르쳐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노 팀장은 “당시 전화번호를 알려주진 못 했지만, 자식 가진 부모로서 수화기 너머 절실한 목소리에 가슴이 짠했다”고 말했다. 114 상담에피소드집은 kt cs 홈페이지(www.ktcs.co.kr)를 통해 전자북으로도 읽을 수 있다. 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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