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 임박 징후가 두드러지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중국과의 공조를 통해 대북 압박수위를 높여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풍계리 핵실험장의 동향을 주시하며 23일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예정에 없던 전화통화를 가졌다. 북한이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한중 정상이 직접 나서야 할 정도로 4차 핵실험 우려가 고조됐다는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또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중국과의 국경에서 불과 100여㎞ 떨어져 있다. 중국이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간 중국은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보다 핵실험에 대해 훨씬 강력하게 반발해왔다.
정부 관계자는 “시 주석은 줄곧 북한의 추가 핵실험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며 경고 메시지를 보내왔기 때문에 북한도 섣불리 행동하기에 부담이 클 것”이라며 “중국이라는 브레이크를 통해 북한의 폭주를 막으려 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풍계리에서는 만탑산 서쪽과 남쪽 갱도 입구에 설치됐던 가림막이 치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직전에도 갱도 입구 가림막을 설치했다가 철거하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우리측 감시망을 교란한 전례가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군 당국은 북한이 구체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을 뿐 조만간 4차 핵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점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또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2009년과 2013년 2ㆍ3차 핵실험을 했던 서쪽 갱도보다는 남쪽의 갱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난해 2월 3차 핵실험 당시에도 서쪽과 남쪽 2곳의 갱도 굴착작업을 동시에 진행했었다. 따라서 남쪽 갱도는 이미 1년 이상 충분한 준비작업을 거친 셈이다.
다른 관계자는 “남쪽 갱도 안에서 여러 차례 핵실험을 연쇄적으로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과거 8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현재 100여기의 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우리 군 당국의 판단과 달리 북한이 당장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임박징후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지난달 초부터 이달 19일까지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 “남쪽 갱도에서 물품을 반입하는 차량 활동이 부쩍 증가했지만 과거 3차례 핵실험 때에 비하면 차량이나 인력, 장비가 움직이는 수준이 떨어진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기간인 25~26일에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할 것 같지는 않다”고 2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즉각 반박했다. 한미 정보당국이 운용하는 군사위성의 풍계리 상공 사진은 38노스가 분석하는 상업위성 사진에 비해 해상도가 월등히 높고 촬영횟수도 훨씬 많기 때문에 정보분석의 질적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위한 항공기 탑승수속을 끝내고 이륙 직전에 있는 단계”라며 “한반도 안보이슈의 특성상 군 당국의 판단을 민간기관의 분석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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