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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19 신고 학생에게 "경·위도 말해주세요" 시간 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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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119 신고 학생에게 "경·위도 말해주세요" 시간 허비

입력
2014.04.22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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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구조정에 올라탄 선원이 무전기를 쥐고있다. (사진 왼쪽 아래) 이는 선원들이 무전기로 상황을 공유하며 비상 통로로 탈출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선원들이 서둘러 탈출한 뒤 한 해경이 선원이 손도 대지 않은 구명뗏목 14개 중 2개를 바다로 던져 펼치려 하고 있다. <<목포해경>> inyon@yna.co.kr/2014-04-22 16:36:09/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 구조정에 올라탄 선원이 무전기를 쥐고있다. (사진 왼쪽 아래) 이는 선원들이 무전기로 상황을 공유하며 비상 통로로 탈출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 선원들이 서둘러 탈출한 뒤 한 해경이 선원이 손도 대지 않은 구명뗏목 14개 중 2개를 바다로 던져 펼치려 하고 있다. <<목포해경>> inyon@yna.co.kr/2014-04-22 16:36:09/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세월호 침몰 사고는 총체적인 부실 대응의 결과라는 사실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특히 22일 전남소방본부가 공개한 최초 신고 내용 및 전날 공개된 해경 관할 진도 해상교통안전센터(VTS)와 세월호의 교신 내용에 따르면 세월호 선장뿐 아니라 해경도 초기 대응 실패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더구나 해경은 초기 대응 과정에 허둥지둥하면서 인명구조의 ‘황금시간(골든 타임)’을 허비하고도 “관제에는 문제 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신고자 상대로 경ㆍ위도 캐물은 해경

전남소방본부가 이날 공개한 통화내역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 추정되는 최초 신고자의 다급한 목소리와 허둥대는 119 상황실 근무자, 갈팡질팡하는 해경의 초기 대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문가 집단의 초기 대응은 ‘아마추어’ 수준에 불과했다.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 위기에 빠진 16일 오전 8시52분32초에 신고 학생은 119로 전화를 걸어 “살려주세요”라고 긴급 상황을 전했다. 이에 상황실 근무자는 “배가 침몰해요?” “잠깐만요, 지금 타고 오신 배가 침몰한다는 말씀이세요, 아니면 지나가는 배가 침몰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 타고 있는 배가 침몰한다는 소리예요”라는 말만 반복한다.

119 상황실 근무자가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것은 최초 신고로부터 2분 가량이 지난 8시54분38초. 119 근무자가 해경을 연결해 신고자와 3자 통화에 나선 것이다. 이 때부터는 해경의 ‘아마추어’대응이 나타난다. 119근무자는 해경에 세월호의 침몰 상황을 전하며 “진도 조도”라고 분명히 위치를 밝히지만 해경은 “진도 조도요?”라고 되물은 뒤 신고자를 향해서도 “위치, 경ㆍ위도를 말해 주세요”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위치 파악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신고자는 “위치를 잘 모르겠어요. 섬도 보이는데…”라고 답답해 하지만 해경은 “GPS 경위도가 안 나오느냐”고 경위도만 재촉했다. 그 뒤로도 해경은 배가 언제 어디서 출발했는지, 선명과 선박 종류는 무엇인지 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해경이 겨우 상황 파악에 성공한 시간은 3자 통화가 시작된 지 4분 뒤인 오전 8시58분. 목포 해경은 “전화상태가 좋지 않았고 어린아이가 장난 전화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며 상황 파악이 늦은 이유를 해명했다. 하지만 119와 해경이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세월호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최초 신고 이후에도 119 상황실에는 “배가 가라앉고 있다”는 승객들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이어졌다.

진도 VTS는 2시간 동안 세월호와 교신도 안 해

해경은 상황 파악과 동시에 경비정에 출동과 구조명령을 내리며 신속하게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출동지시를 받은 경비정은 당시 사고해역에서 30㎞ 떨어진 진도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중이었다. 경비정이 사고해역에 도착하려면 30분이나 걸리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해경은 관제탑 역할을 하는 진도VTS를 통해 주변 선박에 구조요청을 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다.

해경에서 연락은 받은 진도VTS가 세월호에 상황을 전파한 것은 오전 9시7분으로 최초 신고로부터 14분이나 지난 뒤였지만 이후 대응 조치도 한가하기 짝이 없었다. 진도 VTS는 “귀선 침몰 중입니까?”라고 물은 뒤 세월호에 어떠한 대응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

진도VTS가 세월호의 위기 상황을 제대로 관제하지 못한 점도 의문점이다. 해수부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이날 오전 7시7분쯤 진도VTS 관할 내로 진입했다. 선박은 VTS 관할이 바뀌면 먼저 진입 보고를 해야 하고, 선박의 보고가 없으면 VTS가 선박에 교신을 하는 것이 관행이다. 진도VTS는 주변 선박들과는 수시로 교신을 했지만 세월호가 관할 구역을 진입한 뒤 해경에서 연락을 받은 오전 9시6분까지 2시간 동안 한 차례도 교신하지 않았다. 세월호는 이미 오전 8시49분 항로가 크게 꺾여 2분 뒤부터 북쪽으로 떠밀려가는 상황이었지만 진도VTS는 이를 간파해 내지 못했다.

진도=강성명기자 sma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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