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16일 사고 신고를 받고 14분이 지나서야 주변 선박에 구조를 요청한 것으로 22일 드러났다. 해경이 신고 접수와 함께 경비정을 출동시키기는 했지만 인접한 선박에 좀 더 빨리 구조요청을 하지 않고 세월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선장에게 퇴선 명령을 내리도록 하지도 않아 초동 대응 실패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전남소방본부가 이날 공개한 최초 신고 통화 내역에 따르면 119는 16일 오전 8시52분32초 세월호에 승선하고 있던 안산 단원고 학생으로부터 “배가 침몰하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약 2분 뒤인 8시54분38초에 해경에 상황을 통보했다. 해경은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의 신고를 받은 제주VTS를 통해서도 비슷한 시각(8시56분)에 사고 소식을 전달받고 8시58분에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을 사고 해역으로 출동시켰다. 경비정은 당시 사고 해역과 30여㎞ 떨어진 해상에서 순찰활동을 벌이던 중이라 사고 현장에는 9시30분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해경은 그러면서 침몰하는 세월호와 주변 해역을 항해 중이던 선박에는 관제탑 역할을 하는 진도 VTS를 통해 9시7분에 상황을 전파하고 구조활동을 요청했다. 최초 신고를 받고 14분이 지난 뒤였다. 진도 VTS의 구조요청에 세월호에서 3.89㎞ 떨어져 있던 둘라에이스호가 사고현장으로 접근했고 구조활동에 나섰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금방 넘어갈 것 같다”는 세월호의 다급한 요청에 “둘라에이스가 접근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면서 세월호에 구체적인 대응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
해경의 초동 대응 실패로 세월호와 주변 선박은 초기 인명 구조에 그만큼 시간을 지체한 셈이다. 하지만 해경은 상황 전파가 늦은 이유에 대해 “먼저 경비정에 연락하고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등 상급 기관에 보고를 한 뒤에 진도VTS에 연락했다”며 “관제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합동수사본부는 이날 1등 항해사 강모(42)씨와 신모(34)씨, 2등 항해사 김모(47)씨, 기관장 박모(58)씨를 구속하고 1등 기관사 손모(57)씨를 유기치사와 수난구호법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2등 기관사 이모(25ㆍ여)씨에 대해서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손씨와 이씨 외에도 참고인 신분으로 선원 2명을 불러 조사를 마쳤다”고 말했다.
수사본부는 또 세월호 정기 중간검사와 증축 당시 복원성 검사를 했던 한국선급 관계자 2명을 소환 조사했다. 선박의 안전검사를 맡고 있는 한국선급은 지난 2월 세월호의 배수와 통신, 조타장비, 안전시설 등 200여개 항목에 대해 ‘적합’판정을 내린 바 있다. 수사본부는 이들을 상대로 한국선급의 선박안전검사가 적절했는지와 검사 과정에서 세월호 선사로부터 부적절한 청탁을 받았는지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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