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디로 ‘만능 소재’죠. 가공하는 방법을 몰라서 지금까지 제대로 활용을 못 했던 거에요. 간단한 가공 절차만 거치면 녹조와 적조 방제는 물론 친환경 농업이나 병충해 방제, 건축마감재, 의용(醫用) 소재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박정극(63) 동국대 생명과학연구원장이 지목하는 소재는 다름 아닌 황토다. 주변에 널려 있는 풍부한 자원이지만, 활용 가치가 너무 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최근 황토를 녹이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박 교수는 2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기술을 이용해 황토의 여러 가지 숨은 기능을 속속 찾아내는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요즘은 황토 하면 녹조나 적조 방제부터 떠올리죠. 해마다 하천에 대량 살포되지만, 결국은 황토 속 유기물 때문에 암모니아 생성, 부영양화 같은 2차 오염이 생겨요. 하도 많이 퍼가니까 육지 토양이 유실되는 데다 운반과 보관도 문제가 됩니다. 적은 양으로 효능을 극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죠.”
여기에 착안해 박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5년여 전 ‘물에 녹는 황토’ 연구를 시작했다. 황토의 주성분인 이산화규소에 가성소다를 섞어 1,000도 가량의 고온에서 반응시키면 물에 녹는 형태의 규산나트륨으로 바뀐다. 이렇게 녹인 황토는 “녹조나 적조에 더 잘 달라붙어 기존 살포량의 약 1%만 사용해도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규산나트륨은 원래 농약이나 비료의 주요 성분이다. 대부분 화학 공정을 거쳐 인공적으로 합성해 쓴다. 이를 황토에서 뽑은 규산나트륨으로 대체하면 친환경 농약이나 비료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박 교수는 예상한다.
“우리 선조들이 농사지을 때 병충해를 막기 위해 황토를 물에 개서 뿌렸어요.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우리 실험실에서 물에 녹인 황토 성분을 멸균해서 배양 중인 피부세포와 연골세포에도 한번 넣어봤어요. 잘 자라더군요. 의용재료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 교수는 교내에서 이미 ‘황토 박사’로 통한다. 물에 녹인 황토 성분을 넣은 비누가 세정, 탈취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량 만들어 학생들에게 일일이 선물하기도 했다.
“자원 빈국이어도 황토는 많잖아요. 무분별하게 마구 가져다 쓰지만 말고 가공해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야죠. 올해는 실험실 창업 등으로 상용화에 나서볼 생각입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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