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가 한국선급(KR)이 승인한 최대 적재 화물량보다 2배 가까이 많은 화물을 싣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세월호 침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화물 과적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21일 해양수산부가 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제출한 ‘세월호 복원성 시험’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지난해 1월 구조 변경(객실 증축)을 거친 세월호 복원성 시험 결과를 승인하면서 최대 적재 화물량을 당초 2,500톤에서 1,070톤으로 낮췄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증축한 세월호가 여객을 더 싣는 만큼 화물을 줄여야 복원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원성은 급선회 등을 했을 때 배가 넘어지지 않고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으로, 모든 배가 등록이나 구조변경시 반드시 한국선급의 복원성시험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사고 당시 세월호가 실제로 실어나른 화물 중량은 약 2,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해진해운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세월호에는 승용차 124대, 1톤(적재 중량 기준) 화물차 22대, 2.5톤 화물차 1대, 2.5톤 초과 화물차 33대 등 차량 180대와 컨테이너 등 잡화 1,157톤이 실려있었다. 화물차 중에는 최소 50톤 이상의 트레일러 3대가 포함됐다. 이 트레일러에는 20톤이 넘는 대형 탱크까지 달려 있었다. 승용차 1대 무게가 보통 2톤, 2.5톤 초과 화물차 33대의 대부분은 5톤짜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 무게만 약 700톤에 이른다. 화물차에 실린 짐 무게까지 합하면 전체 화물 무게는 약 2,000톤으로 추정된다.
초과해서는 안 되는 최대 적재 화물량을 약 1,000톤 넘어선 것이다. 진중광 KR 팀장은 “최대 적재 화물량은 배가 안전한 상태에서 차량, 화물을 최대한 실을 수 있는 양으로 어떤 경우에도 그 이상으로 적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사고 발생 후 “세월호에 적재된 총 화물중량이 3,608톤이어서 최대 적재한도인 재화중량톤수 3,963톤에 못 미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재화중량톤수(데드웨이트)란 순수한 화물 외에 여객, 연료, 선박 평형수(균형을 맞추기 위해 배 안에 채우는 물), 식량, 음용수 등을 모두 합쳐 배가 실을 수 있는 최대 중량을 가리킨다. 한국선급은 세월호에 승인해 준 3,963톤은 재화중량톤수라고 확인했다. 즉 청해진해운이 밝힌 3,608톤은 재화중량톤수 개념으로 평형수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사실은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 등을 조금만 넣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배가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한도인 재화중량톤수를 지켰는지 여부는 배 옆에 그려진 만재흘수선(滿載吃水線)이 수면 위로 올라와 있는지를 보고 판정하는데, 화물을 더 싣고 평형수를 빼면 만재흘수선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평형수가 적으면 복원성에는 악영향을 미쳐 배가 넘어지기 쉬워진다.
백점기 부산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과적한 무게만큼 평형수를 줄여 만재흘수선을 수면 위로 올렸을 것”이라며 “여객선은 승객보다는 화물 수송 수입이 훨씬 많기 때문에 선주가 짐을 무리하게 많이 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청도 한국해양대 기관공학부 교수는 “최대 적재 화물량의 2배에 달하는 화물을 싣고 급격한 변침을 했다면 배가 넘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승무원이 이런 심한 과적을 받아들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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