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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200척, 구조팀 600명" 물량공세식 발표가 정부 불신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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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200척, 구조팀 600명" 물량공세식 발표가 정부 불신 키워

입력
2014.04.21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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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구조현장 물량공세만 강조…숫자놀음으로 불신만 키워

16일(사고 당일) 함정 78척, 인양크레인 3척, 헬기 18대, 잠수요원 178명…. 21일 함정 214척, 항공기 32대, 민관군 합동구조팀 631명 동원….

정부가 세월호 참사 실종자 구조ㆍ수색 작업에 투입했다는 장비와 인원 규모다. 정부 대책본부는 브리핑 때마다 이 같은 수치를 발표하고,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를 알리고 있다.

언뜻 들으면 상당 규모의 인원과 장비가 한꺼번에 동원되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 숫자는 하루 총 동원명령 기준으로, 투입 시점이나 시시각각 교대나 복귀, 실질적인 활동 현황 등이 감안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물량공세 식 정부 발표가 오히려 정부의 대응에 대한 불신을 깊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사건 당일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던 오전 9시30분~10시 사고 해역에 도착한 구조 인력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9시30분 서해해양경찰청 헬기와 해경 구명정이 1대씩 도착했고, 9시52분에 헬기 2대, 어선 6척 정도가 추가 됐을 뿐이다. 세월호가 거의 물 속에 잠긴 10시 30분쯤에야 인근 어선 및 경기함정 30~40척이 구조 활동에 나섰다. 당시 배에서 탈출한 허웅(52)씨는 “구조 인력 자체가 적었다”며 “TV에서는 최첨단 구조 작업을 했다고 호들갑 떨었으나 현장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그나마 불법 중국어선 특별단속기간이라 함정과 헬기가 이동 중이어서 사고 현장에 긴급투입이 가능했으며 사고 지휘함정인 목포해경 소속 3009함의 지휘를 받아 구조를 펼쳤다”고 해명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관계자는 “아마 출동대기 중인 장비도 포함시켰을 것 같은데 자세한 내용은 해경 쪽에 알아봐야 한다”고 말을 흐렸다.

물론 당시 세월호 선장의 잘못된 대응과 현장 출동까지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당국의 대응을 무작정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후 구조 작업 과정에서도 정부는 수치 위주 발표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숫자놀음이 거센 조류 등 악조건 속에 더디게 진행돼 온 실제 구조 작업과 대비되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를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종자 가족들은 18일 낸 호소문에서 “어제(17일)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인원은 200명도 안됐고, 헬기는 단 두 대, 배는 군함 두 척, 경비정 2척, 특수부대 보트 6대, 민간구조대원 8명이 구조작업 했습니다. 대한민국 재난본부에서는 인원 투입 555명, 헬기 121대, 배 169척으로 우리 아이들을 구출하고 있다고 거짓말 했습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실종자 이모(37)의 직장 상사인 조재철(48)씨는 “16일 밤에 민간 낚싯배를 타고 사고 해역에 갔더니 당국이 말하던 대대적인 구조 작업은 없었고, 오일펜스 설치하러 세월호 뱃머리에 다가가는 고속정만 눈에 띄었다”며 “그 뒤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 기윤미(44ㆍ주부)씨도 “실제 투입 인원을 대기 인력과 구분해 실종자 가족은 물론 국민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며 “4년 전 천안함 사태를 겪고도 해경이든 군이든 재난대응매뉴얼이 아직도 갖춰지지 않은 사실에 ‘멘붕’이 온다”고 말했다.

진도=박경우기자 gwpark@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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