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의 직접적 책임을 갖고 있는 청해진해운은 부채비율만 400%가 넘는 사실상 빈 껍데기 회사다. 정부는 일단 피해자들에 대해 먼저 보상을 한 다음 추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방침(선보상-후구상)인데, 현실적으로 청해진해운 자체는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이 회사의 실 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족은 수천억원대 개인재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검찰수사 및 정부의 구상권 청구 절차의 초점은 오너일가에 대한 실질적 책임추궁 쪽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7억8,500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대형선박을 도입하기 위해 무리한 비용을 지출한 데다, 해운업 불황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2009년 19억1,5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지만 이후 소폭의 흑자와 적자가 반복됐다.
재무구조 역시 부실하다. 지난해 말 현재 자기자본은 65억원인데 비해 부채는 266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400%를 넘는다. 청해진해운은 선박 토지 건물 등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는데, 세월호 역시 120억원의 담보가 잡혀 있다. 100억원 이상 보험금을 받아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재 보유선박은 세월호 외에 인천-제주항로 대형여객선인 6,322톤급 호하마나호와 오가고호, 데모크라시 1, 5호 등이 있지만 대부분 15년이 지난 선박이라 자산가치도 낮다.
회사가 빈 껍데기인 만큼 구상책임은 자연스레 실질적 대주주인 유 전 회장 일가로 향하게 된다. 1999년 설립된 청해진해운의 모태는 90년대 한강유람선 사업으로 주가를 올리다 외환위기 후 부도가 난 세모해운이다. 최대주주는 선박부품업체인 '천해지(지분 39.4%)’인데, 이 회사는 지주사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배를 받고 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ㆍ혁기씨가 각각 19.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아이원아이홀딩스 등 비상장 기업 13곳을 통해 선박 건조업, 해운 운항업, 출판물 도매업, 자동차부품 제조업 등에 진출해 있다.
현재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은 총 2,4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두 아들이 보유한 주식과 부동산 자산은 총 1,665억원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차남 혁기씨의 주소지가 현재 미국으로 되어 있어, 신고되지 않은 해외자산도 꽤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차후 보상책임을 물리기 위해선, 오너 일가의 재산추적 및 압류 등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정부는 배상재원을 이준(작고) 삼풍그룹 회장 등 오너 측의 재산으로 충당한다는 원칙을 세웠고, 결국 이 일가는 백화점 부지를 포함, 제주 여미지 식물원과 대구 임대아파트, 성수동 아파트형 공장 등을 내놓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삼풍백화점 때와 달리 이번 사고는 유 전회장 일가가 여러 단계를 거쳐 청해진해운을 지배하고 있어 책임추궁을 위해선 보다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도 청해진해운의 부실 경영과 관련한 전방위 수사에 착수했다. 인천지검은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차장검사)을 꾸리고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서 청해진해운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출자관계, 직원관리 문제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을 출국 금지했으며, 향후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실질적 경영책임 및 선박 운항 인ㆍ허가와 안전점검 등과 관련한 비위행위 등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선사 모임인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가 운영하는 인천항 운항관리실이 승선인원과 화물 적재량 등을 허위로 작성한 세월호의 출항 전 점검보고서를 승인해 준 경위, 해경이 청해진해운의 운항관리규정 심사필증을 내준 과정 등도 수사할 예정이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