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커먼 바다에 금방이라도 잡아 먹힐 듯한 상황에서도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정작 자신은 바다 속으로 영원히 스러져버린 이들. 세월호의 ‘진짜 선장’이라 불러도 아깝지 않을 이들을 의사자(義死者)로 지정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의사상자란 자신의 직무와 상관없이 위험에 처한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려다 다치거나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의사상자로 지정되면 유족에게 법률에서 정한 보상금과 의료 및 교육지원 등의 예우가 주어진다.
“너희 다 탈출하면 누나는 나중에 나갈게”라며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대피를 도운 승무원 박지영(22)씨가 가장 먼저 의사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씨의 주소지인 경기 시흥시는 고인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기로 했다. 시흥시 주민생활과 관계자는 “19일 박씨의 유족들이 의사자 인정신청서를 시에 제출했다”며 “현재 해양경찰청 측에 구조행위 확인 서류를 요구한 상태로 답변이 오는 대로 조속하게 의사자 지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이미 지난 18일부터 한 포털사이트에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양을 의사자로 국립묘지에 모십시다’라는 청원이 진행돼 21일 오후까지 2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학생들을 구하러 다시 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희생된 단원고 남윤철(35) 교사, 다리를 다친 동료를 먼저 선실 밖으로 밀어내고 힘을 합쳐 승객들을 끌어내다 탈출하지 못한 세월호 매장 매니저 정현선(28)씨와 불꽃놀이 아르바이트생 김기웅(28)씨 커플도 지자체 차원에서 의사자 지정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와 김씨의 거주지인 인천시 관계자는 “유족들의 의사를 확인해본 뒤 의사자 지정을 포함해 고인들의 넋을 기릴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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