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서 축구골대 찍고 와’ 가장 싫어하던 이 말이 그리워지다니 제가 미쳤나 봐요.”
“수업 안 듣고 대들었던 것 죄송해요. 제발 살아있다는 소식만 전해줘요.”
진도 여객선 침몰사고 닷새째인 20일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경기 안산 단원고 교사들을 향한 제자들의 그리움이 짙어지고 있다. 여전히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교사는 총 8명(오후 6시 현재)이다.
특히 인성생활부 고창석(40) 교사와 2학년 5반 담임 이해봉(32) 교사가 긴박한 상황에서 제자들의 탈출을 돕다 나오지 못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이들로부터 배운 안산 원곡중, 고잔고 등의 제자들이 이들 교사가 언급된 기사마다 절절한 댓글을 달아 주변을 애타게 하고 있다. 아이디 ‘dkfm****’의 한 학생은 “고창석 쌤 빨리 와요. 작년에 제가 꾀병 부리고 수업 빠지고 대든 거 전부 사과할게요. 제발 살아있다는 소식만 전해줘요”라고 적고 또다시 “제가 정말 듣기 싫어했던 그 말 ‘축구 골대 찍고 와’가 그리워지다니 제가 미쳤나 봐요. 선생님 영웅 아니잖아요. 학생들 구하고 죽으면 진짜 영웅 되는 거잖아요. 제발 학생들의 선생으로 돌아와주세요”라고 남겼다. 한 졸업생은 “선생님이 축구 골대 한 바퀴 돌고 오라고 제 볼 꼬집는 그 모습이 너무 그리워요. 스승의 날에 꼭 단원고 갈게요”라고 했다.
이 교사의 가르침을 받았던 한 대학생은 “선생님 근현대사 수업 시간에 졸지도 않고 열심히 해서 지금 대학에 와서는 선생님을 본받아 역사를 공부하고 있다”며 “선생님 무사히 나오셔야 해요. 제발”이라고 전했다. 2008년에 단원고를 졸업한 송모씨는 “춥고, 어두운 곳에서 학생들을 보살피느라 고생이시지요”라며 “선후배들이, 선생님들이, 학교가, 온 국민이 기다리고 있다”며 무사귀환을 기원했다.
구조돼 나온 교사들에 대한 걱정도 잇따랐다. 아이디 ‘qkek****’는 “살아나온 선생님들도 아이들이 안 밟혀서 나오셨겠느냐.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그리 흘러간 것”이라며 “무엇보다 속상하고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인, 먼저 구출된 분들도 힘내시라”고 남겼다. “자신의 안위보다 학생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하신 선생님들, 아이들과 함께 무사히 구조되셔야 해요” “꼭 돌아오세요” 등 전국민의 응원메시지가 계속 되고 있다.
다른 학교 교사들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의 한 중학교 고모 교사는 “사고 난 날이 마침 우리 학교 학생들이 수련회에서 돌아오는 날이어서 더 안타깝고, 학생들이 돌아오는 시간까지 조마조마했다”며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에 출근하니 교무실의 선생님들도 삼삼오오 모여 안타까움을 전했다”고 말했다.
안산 지역에서 12년 간 교직 생활을 한 김모 교사는 “안산 관내의 18개 고교 학생들이 친구를 잃어버린 셈”이라며 “단원고 뿐 아니라 극도로 불안한 상태의 안산 전체 고등학생에게도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산=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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