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의 1차 원인은 조타실에 있었다.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를 지나면서 감속하지 않은 채 급선회하다 사고를 맞았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침몰 원인이다. 그러나 진행방향에서 100도나 틀어질 만큼 급선회한 이유가 무엇인지, 조타수 조모(55)씨가 19일 구속 전 “실수가 있었다”고 언급한 것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급격한 항로변경 왜 했나?
합수부는 박씨와 조씨가 정상근무를 했고 급선회한 지점이 변침점(항로를 바꾸는 지점)은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의 선박자동식별시스템(AIS)에 따르면 세월호는 사고일인 16일 오전 8시49분 왼쪽이 아닌 오른쪽으로 급선회했다. 선수가 진행방향에서 100도 정도 틀어질만큼 급격한 변침이었다.
국내 한 대형선사 관계자는 “세월호 같이 큰 배들은 최소 200m 거리를 두고 서서히 돌아야 한다”며 “항해사가 경험이 적다고는 하지만 급변침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방향 전환이 늦어 북동쪽으로 흐르는 강한 조류에 쓸려가다 급하게 오른쪽 회전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며 “정확한 이유는 운항한 항해사와 조타수만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조타를 지휘했던 3등 항해사 박모(25ㆍ여)씨는 수사과정에서 자신과 선장의 행적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조씨가 “실수도 있었지만 키가 유난히 빨리 돌았다”고 말한 것은 운항 실수와 선박의 결함을 둘 다 암시한다.
위험지역서 왜 무리한 항해했나?
원래 조류가 빠른 맹골수도는 경험이 풍부한 1등 항해사(오전 4~8시 근무)가 맡는 구간이지만 인천항에서 안개로 출항이 2시간 가량 지연되며 3등 항해사인 박씨(오전 8시~정오)에게 돌아갔다. 운항 경력 13개월, 청해진해운 입사는 5개월이 채 안된 박씨가 선장도 없이 운항을 책임진 것이다.
선원법상 ▦협수로 통과 ▦입출항 시 ▦항행상 위험이 인정되는 해역에서는 선장이 직접 지휘를 해야 한다. 맹골수도는 협수로인데다 사고가 난 16일은 한달 중 조석간만의 차가 가장 큰 사리(15일)를 막 지난 시점이었다. 밀물보다 빠른 썰물과 맞물려 유속은 더욱 거셌다.
이 지점을 통과할 때 속도가 19노트(시속 35㎞)로 감속해야 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속도는 선장의 판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선장은 조타실 비우고 뭘 했나?
선장 이씨는 급선회 당시 조타실 바로 뒤 자신의 선실에서 쉬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승객들을 내버려 두고 먼저 탈출했을 때 반바지 차림이었던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씨는 합수부에서 “개인적인 용무를 보러 잠깐 선실에 다녀왔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경험이 부족한 항해사가 지키던 조타실에 이미 배가 60도 가량 왼쪽으로 기울고 나서야 허겁지겁 뛰어 들어갔다. 뒤늦게 힐링펌프(수평유지장치)를 가동하려 했지만 최대 10도 정도인 복원 가능 각도를 넘어서 무용지물이었다.
검찰은 이씨가 급선회 당시는 물론 전날 인천에서 출항 이후 대부분 조타실에 없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씨가 조타실을 얼마나 비웠는지, 침몰과 인과 관계가 있는지 등을 선원들과 대질신문을 통해 확인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선박ㆍ항해 전문가들로 감정단을 구성하는 한편, 구명조끼 착용 지시 및 퇴선 방송 여부도 시간대별로 정밀 검증할 방침이다.
목포=김창훈기자 chkim@hk.co.kr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