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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 100명, 연극 무대 오른 사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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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시민 100명, 연극 무대 오른 사연은?

입력
2014.04.20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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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광주'에 출연하는 시민들은 거의 즉흥적인 대사와 몸짓으로 무대를 꾸민다. 통계치를 연극으로 구현하는 시도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사실과 허구의 충돌을 빚어낸다.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100% 광주'에 출연하는 시민들은 거의 즉흥적인 대사와 몸짓으로 무대를 꾸민다. 통계치를 연극으로 구현하는 시도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사실과 허구의 충돌을 빚어낸다.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도시민들의 구성비율과 그들의 삶을 담은 통계는 진실에 가까운 ‘팩트(fact)’일 것이다. 반대로 연극은 대체로 허구이며 무대에서 벌어지는 판은 엄밀히 말해서 사실이 아니다. 인구 150만명에 달하는 광주의 통계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그리고 연극인이 아닌 시민 100명의 출연으로 꾸미는 다큐멘터리 연극 ‘100% 광주’는 ‘통계’와 ‘연극’이라는 상반된 영역이 결합해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퍼포먼스다.

2015년 7월 광주에 개관하는 아시아예술극장의 제작공연으로 19, 20일 광주 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한데 이어 26, 27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하는 ‘100% 광주’는 독일의 대안 연극팀 리미니프로토콜이 베를린 헤벨극장 개관 100주년을 기념해 2008년 시작한 ‘100% 도시’ 시리즈의 열여덟 번째 작품이다. 리미니프로토콜은 2009년 내한해 연극 ‘자본론’을 공연한 적이 있어 국내 연극 팬에겐 낯설지 않은 단체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예술극장 측이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광주의 민주적이고 시민참여적 이미지가 ‘100% 도시’ 시리즈와 어울린다는 점에 착안, 리미니프로토콜에 ‘100% 광주’ 제작을 제안해 성사됐다.

19일 선보인 ‘100% 광주’는 100명 캐스팅의 출발점인 호남지방통계청 공무원 최옥희(51)씨가 무대에 등장해 공연의 의미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최씨가 역시 인구통계학적 근거에 따라 선택된 두 번째 시민을 소개하고, 다시 이 시민이 다음 출연자를 부르는 식으로 100명이 모두 무대에 오른 후 이들이 둥그렇게 원을 그리면서 본격적인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최고령자로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에 끌려갔던 양금덕(84)할머니, 광주 거주 외국인을 대표한 토나 욤비(47) 광주대 교수 등의 참가가 눈에 띈다.

3세에서 84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출연자 100명이 “우리가 바로 광주입니다”라고 외친 후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이들은 이어 광주 민주화운동를 경험했는지, 가족을 위해 살인할 수 있는지, 성 매매나 탈세를 한 적이 있는지 등 제작진이 준비한 민감하면서 원초적인 질문 수십 가지에 위치 이동과 카드 선택 등으로 답했다.

객석은 출연자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리서치 결과를 통해 명확한 리얼리티를 체험한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답이 진실과 같은지 객석은 알 수 없다. 사람은 언제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이 눈 앞에 펼쳐지는 팩트의 향연을 가로막는다. 제작진은 이런 유연성을 돋보이게 하려고 대본을 제공하지도, 빡빡한 리허설도 하지 않았다.

팩트와 허구 사이에 벌어지는 미묘한 줄다리기는 시종 유쾌하다. 공연 후 만난 연출가 헬가르트 하우크와 슈테판 카에기는 “통일, 체벌, 성 등 민감할 것이라 생각한 질문들에 참가자들이 의외로 넉살 좋게 답해 좋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100% 광주’가 기존 ‘100% 도시’ 시리즈에 비해 밀도가 낮고 한국적 정서와 맞지 않는 퍼포먼스(관객 모욕하기 등)로 마뜩잖다는 지적도 있다. 광주가 아닌 서울에서 이 공연을 했을 때 싸늘한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서울 공연에서는 질문을 조금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사진설명

‘100% 광주’에 출연하는 시민들은 거의 즉흥적인 대사와 몸짓으로 무대를 꾸민다. 통계치를 연극으로 구현하는 시도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사실과 허구의 충돌을 빚어낸다. 아시아예술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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