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가 8월 열리는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를 계기로 서울ICM 조직위원회, 고등과학원과 함께 ‘수학으로 보는 세상’을 연재합니다. 국내 정상급 수학자들이 수학의 세계, 수학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친절하게 안내합니다.
특별한 축제가 기다리고 있다. 전 세계 수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적 경쟁을 하는 한마당 축제인 세계수학자대회(ICM)가 8월 서울에서 열린다.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대회의 개막식에서는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 시상이 이뤄진다.
수학은 온 국민이 접해온 학문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언제 배웠냐는 듯 잊혀지기 일쑤다. 수학이 중요한 학문이고 기초가 되는 학문이라고 줄곧 여겨져 왔지만, 우리는 정작 우리를 편리하게 해주는 환경 안에서 수학이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손에서 놓으면 세상으로부터 단절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눈 뜨면서부터 잠들기까지 한시도 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은 침대에서도 친구와 얘기할 수 있게 해주고, 인터넷 뱅킹을 통해 세금을 낼 수 있게 해주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의 편리성은 무선으로 통신하는데 있다. 디지털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데이터 오류나 왜곡을 바로 잡아주는 수학의 확률론이나 부호이론이 없다면 스마트폰의 기능을 이용해 통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터다. 인터넷 뱅킹으로 안전하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핵심 암호기술이 탑재된 보안장치가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18세기에 증명된 정수론의 오일러 정리가 없었다면 RSA 암호를 기반으로 안전을 담보하는 인터넷 뱅킹은 등장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모르는 길을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에 요청하면 친절히 안내해준다. 내비게이션은 인공위성 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하는데 GPS 기능의 대부분은 산술, 대수학, 기하학에서 유도된다.
애니메이션 영화도 수학의 응용을 기반으로 한다.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와 안나가 아름다운 얼음왕국을 배경으로 자매애의 감동을 보여주는 것도 캐릭터와 배경, 그들의 움직임까지 모두가 픽셀(컴퓨터 화상을 구현하는 최소 단위)들을 결합해 기하학적 형상으로 변환시키는 소프트웨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기하학적 형상들의 조작 및 저장이 바로 컴퓨터그래픽 수학을 통해 이뤄진다. 선형대수학, 편미분방정식, 수치해석학, 기하학 등 모든 수학 분야가 우리를 감동시키고 기쁘게 하기 위해 그 저변에서 활용되고 있다.
삶을 편하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첨단과학의 수혜자로서 우리는 그 안에 핵심으로 녹아있는 수학에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이 첨단 IT, 신성장동력 등으로 전환하면서 수학이 산업과 생활에 미치는 가시적 영향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실생활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도구인 동시에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가 되어 가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는 ICM 개최를 기념해 올해를 ‘한국 수학의 해’로 선포하고 수학문화체험, 수학영화제, 수학토크콘서트,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공모전, 관련 앱 개발 등 수학 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수학 발전에 과감한 지원과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향숙 이화여대 수학전공 교수ㆍ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수석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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