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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뉴스 통해 상황 파악"... 사령탑 중대본 무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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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뉴스 통해 상황 파악"... 사령탑 중대본 무능 드러내

입력
2014.04.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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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잠수대원들이 침몰한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 들고 있다. 진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18일 오전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쪽 해상에서 잠수대원들이 침몰한 세월호에 공기를 주입하기 위해 바다에 뛰어 들고 있다. 진도=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세월호 침몰 사흘째인 18일 오전 11시.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해경이 “오전 10시50분 선체로 들어가는 통로를 확보해 배 내부로 산소를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관계자도 “잠수 인력이 진입경로를 확보해 식당까지 통로를 확보했다”고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오후 1시40분 쯤에는 해경쪽에서 “잠수인력이 11시20분 여객선 진입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약간의 시간 오차가 있었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금방이라도 선내 수색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곧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20여분 후 ‘수색대원들의 식당 진입은 사실이 아니다. 잠수 인력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체육관의 실종자 가족들을 술렁였다. 40대 후반의 한 여성은 정신을 잃고, 들것에 실려나갔다.

오후 3시30분 중대본은 “잠수 인력이 선내 진입에 실패했다”고 정정 발표했다. “통로를 확보했다는 해경의 발표를 사람이 들어간 것이라고 이해해 진입 성공이라고 확인했으나, 실제로는 파이프 등 도구를 이용해 배를 뚫고 통로가 확보된 것이었다”는 어이없는 해명과 함께였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구조 요원의 선체 진입 여부에 대해 정부 당국자가 기본적인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상상력을 동원해’ 언론에 사실 확인을 해준 것이다.

재난 당국의 어처구니 없는 행태에 실종자 가족들은 또다시 지옥을 경험했고, 가슴엔 대못이 박혔다. 중대본은 사고 발생 당일인 16일에도 구조자 숫자를 잘못 계산해 실제보다 204명이나 많게 발표하는 실수를 했고, 탑승 인원도 시시각각 바뀌었다.

현장의 해경과 중대본은 잠수 인력의 선내 진입과 실패를 두고 이날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고, 급기야 중대본은 오후 6시쯤 “구조ㆍ수색 작업과 관련된 공식 브리핑 창구는 해경”이라며 “앞으로 해경에서 이뤄진 공식 브리핑 내용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발뺌했다.

재난 대응의 사령탑인 중대본에선 현장의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했다. 수중 수색 진척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 중대본 관계자는 “공기 주입 성공 외에는 아는 게 없다. 우리도 뉴스 속보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무능의 극치를 드러냈다.

진도체육관 현장 관리도 엉망이다. 17일 진도체육관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실종자 가족들에게 뉴스보다 빨리 현장 상황을 알리라”고 지시했지만 가족들은 대형 스크린 3개를 통해 사고 해역의 실시간 수색활동 중계 영상과 뉴스 보도, 문자로 제공되는 수색 진행 상황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신이 발견됐다는 데 도대체 어디로 옮겼는 지 알 수 없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나서야 해경은 팽목항에 임시 안치소를 설치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난관리전문가는 “현재 재난대응체계는 해경과 중대본 등 두 개 이상의 지휘체계가 존재해 혼란스럽다”며 “정부가 제대로 현장 상황에 대응하려면 총괄 책임자인 중대본부장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양ㆍ선박ㆍ기상 등 다방면의 전문인력이 현장에 배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고에도 전문가들이 현장에 급파돼 초기 상황 파악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구조 작업이 훨씬 체계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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