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까지도 전 세계 전자업계를 호령했던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은 주력인 TV와 스마트폰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최근 잇따라 구조조정과 사업 철수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반면 후지필름은 2000년 취임한 고모리 시게타카 최고경영자(CEO)가 ‘제2의 창업’ 선언과 함께 사업 재편과 인력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2000년 1조4,403억 엔이었던 매출은 2011년 2조2,500억 엔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후지필름 이미지사업 본부에서 즉석카메라 ‘인스탁스’ 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나카무라 요시타카 씨는 18일 서울 코엑스 ‘서울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후지필름의 뿌리이며 가장 잘 할 수 있는 필름 기술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 것이 성공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나카무라씨는 “2002년을 정점으로 필름 사업은 하락했고 임직원 모두 필름 이후를 대비해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휩싸였다”며 “사내 소재 전문가들이 1936년 회사 설립 이후 70년 가까이 필름을 연구하며 확보한 20만 점의 화학 물질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2007년 후지필름은 필름의 가장 중요한 재료인 단백질 ‘콜라겐’과 사진 변색을 막는 항산화 성분 ‘아스타키산틴’이 들어간 화장품 ‘아스타리프트’를 내놓았다. 또 투명성과 얇은 두께, 균일한 표면을 유지해야 하는 필름 기술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덮는 투명 필름을 만드는데 썼고, 필름과 디지털 광학 기술을 접목해 내시경 등 의료 진단기기 시장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름을 통한 영역 확장은 필름 사업 부문에게 매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대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줬는데, 그 결과 2005년 10만대 판매에 그쳤던 인스탁스가 지난해에는 220만대나 팔리는 큰 성공을 거뒀다.
나카무라씨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는 지금의 어린 세대는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와 관계 맺기는 익숙하지만 일대일 관계 맺기는 어색해 한다”며 “즉석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주고 받는 아날로그식 관계 맺기가 새로운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석카메라(미국 폴라로이드사), 필름(미국 코닥사) 업계의 두 거인이 디지털 광풍에 쓰러지고 이제 두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후지필름뿐. 나카무라씨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필름으로 바로 뽑을 수 있는 ‘인스탁스 쉐어’, 스티커 형태의 필름 등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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