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우리나라의 안전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475명이나 탑승했지만 사고 대처요령을 알려주는 사전 안전교육은 없었고, 여객선에 비치된 구명보트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으며, 구명조끼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승객의 대피를 책임져야 할 선장과 승무원은 대부분 달아나기 바빴다. 사고 발생시 피해 정도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란 매뉴얼은 있지만 엉성하기 짝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도 허둥대며 문제를 키웠다.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거나 368명의 구조가 확인됐다는 식의 오류투성이 발표로 중요한 초기 구조 기회를 날렸다. 안전매뉴얼이 있었다면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했을 수도 있고, 위기 가상 훈련을 단 한번이라도 했더라면 이렇게 우왕좌왕 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7월에는 충남 태안 안면도에서 해병대캠프에 참가한 고교생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올해 2월엔 경북 경주 리조트 붕괴사고로 11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사회 각계에서는 예기치 못한 재난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쏟아냈다. 관계당국도 다시는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흐지부지됐고, 그 결과를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생생하게 바라보고 있다.
대형 사고는 해상이나 항공, 지하철, 고층빌딩, 도심 번화가 등 다중이용시설 어느 곳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지금처럼 안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참사는 연속해서 벌어질 수 있다. 정부는 하루빨리 각종 재난을 가정한 안전매뉴얼을 만들고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 안전매뉴얼이 마련되는 대로 일반인을 상대로 한 교육과 훈련도 적극 시행해야 한다. 전 국민의 안전의식도 제고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국민의 안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