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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우리는 모두 선장이다

입력
2014.04.18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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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되신 주님께서 기적을 베푸시어 어두운 바다를 밝혀주시고 구원의 닻줄을 내리시어 그곳의 어둠과 싸우는 우리의 자녀들 한 생명까지도 구원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중략) 그 바다가 요나의 뱃속 같게 하시어 한 사람도 헛되이 희생당하지 않게 하시고, 주의 구원을 노래하는 날 되게 하소서.”

배를 타고 가다가 풍랑을 만난 성경 속의 요나는 큰 고기 뱃속에서 기적적으로 되살아났다. 누가 만든 기도문인지 모르지만 이 글이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살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도문을 읽는다. 부활절을 앞두고 벌어진 진도 여객선 사고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원인은 모르지만 배에 물이 차고 선체가 점점 가라앉는 상황에서 왜 이렇게밖에 대처하지 못한 것일까. 모든 걸 정해진 지침과 규칙대로 조치했더라면 한 명도 희생자를 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말 어이없고 가슴 아픈 일이다.

자연히 선장의 역할과 행동을 따져보게 된다. 선장은 모든 승무원을 지휘·통솔하고 선박과 선적화물을 관리하며 여객의 안전항해를 도모하는 최고 책임자다. 그런데 세월호의 선장은 최고 책임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 구조된 뒤 선장 신분을 숨기고, 남들은 죽어가는데 젖은 돈이나 말리고 있었다고 욕을 먹고 있다.

그는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면 안 된다는 선원법의 재선의무 규정을 어기고 먼저 탈출했다.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및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규정도 어겼다.

배를 잘 아는 사람들은 기관실에 탈출을 지시할 무렵은 선체가 20도밖에 안 기운 상황이니 그때라도 “구명조끼를 입고 객실을 탈출해 상갑판에 대기하다가 구조선이 올 때를 기다리라”라고 방송했다면 대다수 인원이 객실을 탈출해 구조됐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체가 기울면 수압에 의해 문이 열리지 않는데도 대기방송을 하고 탈출했으니 너희는 죽어라 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전 국민에게 오랜 아픔과 상처로 남아 정신적 트라우마로 작용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해야 할 일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의 작동을 위해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이 부족한지 점검하는 것이다. 세월호의 선장은 대리 근무자였다는데, 무슨 일이든 대리자가 맡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제대로 된 조직이다. 선박이라는 위험공동체를 안전하고 원활하게 이끌어갈 책임은 평소의 성실한 훈련과 노력에 의해서만 잘 수행될 수 있다.

사람은 모두 선장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이 이끌어가는 가정이나 조직에 대해서 우리는 누구나 지켜야 할 ‘재선의무’가 있고, 위험을 회피하고 구성원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무한책임이 있다. 나라로 말하면 대통령은 최고의 선장이지만, 누구든지 맡고 있는 일에 대한 사명감과 윤리의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없다.

1912년 4월 빙산에 충돌해 1,500여 명이 사망한 타이타닉호의 에드워드 스미스 선장은 침몰 직전까지 승객 구조를 위해 노력하다가 배와 함께 최후를 맞았다. 플라잉 엔터프라이즈라는 화물선의 헨릭 컬트 칼슨 선장은 1951년 12월 태풍으로 배가 기울어지자 승객과 승무원들이 다 구조될 때까지는 물론 배를 인양해갈 예인선이 올 때까지 5일간이나 남아 있다가 생환했다. 반면 2012년 1월 암초에 부딪혀 32명이 사망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탈출한 선장은 직무유기죄로 2,697년 형이 구형됐다.

어떤 선장이 될 것인가. 그것은 평소의 훈련과 노력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사건과 사고는 그 시대 그 사회의 문제점과 모순을 압축해서 드러내주는 기호와 같다. 그것을 함께 읽을 수 있어야 사회가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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