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 입혀준 오빠가 안 보여요.” 16일 침몰한 세월호 생존자들이 이송된 전남 목포한국병원 응급실. 생존자와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룬 사이에서 5살배기 권지연양은 오후 늦게까지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연양은 사고 당시 3층에서 승객들에 의해 구조됐다.
지연양과 함께 배에 올랐던 아버지 권재근(52)씨와 귀화한 베트남인 어머니 한윤지(30)씨, 오빠 혁규(6)군은 실종상태로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연양은 구조된 후 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지연양은 가족들의 이름뿐 아니라 부모의 휴대폰 번호를 외워 병원 직원에게 알려줄 정도로 침착한 모습이었다.
지연양 가족은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를 가는 길이었다. 도시생활에 갑갑함을 느끼던 지연양 아버지는 제주 귀농을 결심하고는 오랜 준비를 마치고 인천 연안부두에서 세월호에 탑승했다. 가구와 옷가지 등 살림살이 전부도 세월호에 실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친척들은 권씨 가족이 배에 탔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17일 만난 지연양의 큰아버지 오복(59)씨는 “동생이 완도에서 제주행 배를 탄다고 해놓고 일정을 변경해 인천에서 탑승했다”며 “어제 오후 언론을 통해 지연이의 이야기를 보고서야 동생 가족이 세월호에 탄 것을 알았다”고 원통해했다.
권씨 가족의 사고 소식을 들은 친지들과 제주에서 권씨를 기다리던 지인들은 대책본부가 꾸려진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달려왔다. 16일 오후 늦게 지연양의 고모부와 할머니가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했고, 권양은 17일 오후까지 병실에서 안정을 취한 뒤 퇴원했다.
권양의 친척들은 홀로 남은 지연양을 안타까워하며 남은 가족들이 구조되길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혼자 남은 저 5살짜리 꼬마가 딱해서 어쩌면 좋을까요.”
목포=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진도=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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