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객선이 침몰해 수백 명이 대낮에 바닷물 속에 잠겨가는 것을 빤히 보고도 구하지 못했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가. 우리 정부, 우리 사회에 대한 절망과 좌절이 국민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발생부터 구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엉망이고 비정상이었다.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선장과 승무원, 해운사, 재난당국 중 한 곳만이라도 맡은 바 일에 충실했으면 끔찍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세월호 침몰은 항로변경 과정에서 뱃머리를 급격히 돌린 게 원인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적재된 컨테이너 박스가 한쪽으로 쏠리면서 배가 균형을 잃고 침몰했다는 것이다. 선장의 운항 미숙이 원인인 셈이다. 선장은 배가 침몰하자 대피나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먼저 탈출했다는 게 승객들의 진술이다. 승무원들도 선장이 탈출하자 승객들을 남겨두고 배를 빠져 나왔다. 승객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할 선장과 승무원이 저부터 살겠다고 했다는 데서 직업 윤리와 책무의 실종을 목도하게 된다. 여객선의 기본적인 비상장비도 무용지물이었다. 긴급상황에서 사용할 구명보트가 46개 비치돼 있으나 1개밖에 펴지지 않았다. 구명조끼도 선미에 상당수가 보관돼 있었지만 접근이 불가능했다.
생사를 가르는 절박한 순간에 “밖으로 나오지 말고 가만히 방 안에 있으라”는 잘못된 안내방송으로 많은 승객이 대피 기회를 놓쳤다. 뒤늦게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지만 어떻게 대피하는 지에 대한 안내나 지시는 없었다. 비상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고 승무원에 대한 대피교육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았다.
초기상황을 오판한 정부의 재난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문제다. 사고 초기 현장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해 구조인원을 적게 투입하는 우를 범했다. 아직 선체가 완전 침몰하지 않았을 때 출동해 선체 안으로 진입했더라면 실종자 수를 현저히 줄일 수 있었다. 구조자와 실종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여러 차례 혼선을 일으켜 가족들의 애를 태웠다.
수학여행과 수련회 등 학생들의 집단행사가 늘어나는데도 교육당국이 안전 매뉴얼조차 마련하지 않아 대형사고를 방치했다는 지적도 많다. 선박이나 항공기 이용시 안전수칙에 관한 지침과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대형사고에 대비해 소규모 수학여행을 권고하고도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와서 일선 학교 수학여행을 전면 보류한다느니 호들갑을 떠는 행태가 한심할 지경이다.
우리 경제적 수준은 선진국 문턱까지 도달해있으나 국민의식과 제도, 문화는 여전히 크게 뒤떨어져 있다. 사회를 지탱하는 각 부분의 요소들이 튼튼하지 못하니 비슷한 유형의 대형사고와 재난이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다. 후진적인 참사를 막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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