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3월 26일 천안함 사건 당시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에 참여했던 해군 해난구조대(SSU) 잠수대원들도 불량한 시계와 빠른 유속 등 어려움을 겪고 희생자까지 냈지만 “세월호 구조작업 환경은 더 악조건”이라고 말한다.
천안함 사건 초기 구조 작업 현장 자문을 맡았던 정운채(59ㆍ예비역 대령) 전 SSU 대장은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조류와 시야 모두 천안함이 침몰했던 백령도 해역보다 이번 진도 해역이 더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7,000톤에 달하는 세월호가 600톤급인 천안함보다 10배나 큰 만큼 일단 수색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될 것이고 선체 인양 작업도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세월호 침몰 현장의 조건은 최악이다. “구조 작전의 적(敵)은 수심과 시정, 조류예요. 이번엔 수심이 잠수 한계인 40m에 가까운 데다 앞도 거의 안 보이고 조류도 스쿠버가 가능한 조건(1노트)보다 3배나 셉니다. 미로 같은 선체 내부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는 일도 큰 일이죠.”
훈련 받은 대원에게도 이런 조건은 공포스럽다는 게 정 전 대장의 얘기다. 캄캄한 선체 안을 더듬어 들어가야 하지만, 배 구조가 복잡하고 안에 떠다니는 부유물과 구조물이 위험한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내 장비가 (구조물에) 부딪힐 수 있고 공기 밸브가 저절로 잠겨 질식 위험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정상조건이라면 공기통으로 1시간30분을 버틸 수 있지만 이런 악조건에서는 머물 수 있는 시간이 40분 내외로 짧아집니다.”
선체 내 생존 가능성에 대해 정 전 대장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배가 뒤집혔을 때 빠져나가지 못한 공기가 선내에 남아 있을 수 있어요. ‘에어 포켓’이죠. 여객선은 군함이 아니어서 객실에 물이 들어왔을 걸로 보입니다만 끝까지 생존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야죠.”
그가 우려하는 건 천안함 사건 때처럼 구조 작전 도중 추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장 지휘관은 국민들 시각과 가족들의 고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요. 다소 무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러다 보면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요. 현장 지휘관이 여유를 갖도록 분위기를 조성해야 해요. 그래야 구조 작업도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는 “심연에서 조류와 싸우는 잠수사들의 감투(敢鬪)정신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이럴 때일수록 지휘관은 소신을 갖고 여유 있게 작전을 해야 신속과 안전이 담보된다”며 냉정을 당부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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