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효과’는 신비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이론이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1961년 두 차례의 기상예측실험에서 뜻밖의 결과를 봤다. 시뮬레이션을 만들어 거의 똑 같은 조건변수를 입력했지만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달랐던 것이다. 재검토해 보니 조건변수에서 0.0001% 미만의 차이가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발견이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의 대표적 비유를 낳았다.
▦ 물론 나비효과의 핵심은 ‘나비의 날갯짓이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게 아니라, ‘나비의 날갯짓 정도로 미세한 초기 조건의 차이가 토네이도 발생 여부를 가를 정도로 큰 결과의 차이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비효과는 종종 인간이 알 수 없는 초월적 인과관계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서정주 시인은 일찍이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로 시작되는 국화 옆에서(1947)라는 시에서 ‘새의 울음’과 ‘천둥’, ‘꽃의 개화(開花)’ 간에 얽힌 아련한 인과를 걸출하게 묘파하기도 했다.
▦ 인지를 초월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상상력은 연기론(緣起論)이 가장 앞선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우주의 보편법칙으로 설명한 연기는 요컨대, 이 세상의 모든 현상(존재)은 인연(因緣)의 상호관계에 따라 정해진다는 얘기다. 여기서 인연은 물리적 수준을 넘어 만물에 깃든 정령(精靈) 간의 시공간을 초월한 상호작용까지를 포괄한다. 그렇게 보면, 어머니들이 정화수 한 사발 부뚜막에 떠놓고 드렸던 정성 또한 연기의 법칙에 따라 염원의 실현을 갈구한 행위였던 셈이다.
▦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겼다. 수학여행에 들떴던 어린 학생들이 겪었을 차마 말 못할 순간의 영상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지 않은 학부모가 드물 정도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민간도 각종 행사를 줄줄이 미룬 채 전 국민이 삼가며 생존자 구조와 유명을 달리한 이들의 명복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선한 염원의 나비효과가 나타나 마지막 기적이 일어나 주길 바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