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만능세포 ‘STAP(자극야기 다기능 획득)세포’의 존재를 둘러싼 일본 과학계의 진실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약산성 자극으로 만능에 가까운 STAP세포를 개발했다는 논문을 발표, 일약 신데렐라로 떠오른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주임은 불과 한달 여 만에 논문 조작 혐의를 받으며 사기극의 장본인으로 추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오보카타 자신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연구한 저명 교수들이 잇따라 STAP세포 존재를 확신한다고 공개 발언하면서 진실이 미궁에 빠져들고 있다.
“STAP 현상이 아니면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STAP세포 논문 공동저자로 오보카타의 지도교수인 사사이 요시키(笹井芳樹) 이화학연구소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부센터장은 1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월 네이처에 게재된 논문에 오보카타의 박사학위 논문과 흡사한 사진이 실린 것에 대해서는 “진위 판단을 위해 이화학연구소 내외에서 재현실험이 필요한 만큼 논문을 철회하는 것이 타당하다”면서도 “STAP세포는 검증해야 할 가설이지만 합리성이 높은 가설”이라며 STAP세포의 존재 가능성에 힘을 실어 줬다.
STAP세포 검증 과정에 배아줄기(ES)세포가 섞였을 가능성에 대해 그는 “ES세포에서는 태반을 만들 수 없다”며 “이런 주장은 과학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의 억지”라고 말했다. 그는 STAP세포가 다른 만능세포에 비해 크기가 작으며, 현미경으로 촬영한 STAP세포의 동영상을 보관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이날 회견은 이화학연구소가 최근 논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연구를 총괄한 사사이 부센터장은 직접 부정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부정을 초래한 책임이 중대하다”고 지적한 데 대해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화학연구소는 오보카타의 논문에 사진이 잘못 실린 것을 두고 논문 자체가 날조됐다고 잠정 결론 내리고 향후 1년에 걸쳐 재현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논문 주요저자 중 유일한 외국인인 찰스 바칸티 하버드대 교수도 전날 교토에서 열린 세계기관지학회 강연에서 “논문에서 뒤바뀐 사진의 수정은 이미 끝났다”며 “사진 날조 논란은 논문의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으며 STAP세포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바칸티 교수는 오보카타의 미국 유학시절 지도교수다.
앞서 오보카타 역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화학연구소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며 STAP세포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오보카타는 14일에도 변호인을 통해 “2009년 9월까지 100차례 이상, 그 후에도 100차례 이상 STAP세포를 만들었으며 제3자도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며 “STAP세포는 적어도 10개가 존재하며 모두 이화학연구소에 제출해 보관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화학연구소는 “STAP세포 논문 공저자 이외의 사람이 세포의 만능성을 보여주는 유전자를 확인하는 데 성공한 것은 맞지만 세포를 완전히 재현했다고는 볼 수 없는 부분적인 단계”라고 반박했다. 일본 언론은 “의혹이 일고 있는 점들을 정확한 데이터와 실물로 전면 공개하는 것만이 논란을 잠재울 유일한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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