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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단원고 학생들 답신 없는 문자메시지·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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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단원고 학생들 답신 없는 문자메시지·카톡…

입력
2014.04.16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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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내가 말 못 할까봐 보내 놓는다. 사랑한다."

카카오톡 창에 불쑥 뜬 아들의 고백. 그게 마지막이었다. 메시지는 더 이상 오지 않았다.

그 시각, 수학여행을 떠난 아들이 탄 세월호는 남해 바다로 빠져들고 있었다. 침몰이 시작된 지 37분이 지난 16일 오전 9시27분이었다.

아들은 무섭고 떨렸을 것이다. 사고 상황을 알렸을 법도 했다. 하지만 아들은 사랑한다는 메시지만 보냈다. 전날 "비 맞음 감기 온다"는 엄마의 당부에 듬직하게 "오케"라고 안심 메시지를 보낸 아들. "사랑한다"는 아들의 메시지에 엄마는 "왜…? 카톡을 안보나 했더니…" "나도 아들~ 사랑한다 ♥♥♥"고 답했지만 아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세월호 승객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던 16일 오후 온라인에는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이 가족들과 주고받은 SNS 메시지가 공개돼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아들과 통화 중 전화가 끊기자 한 엄마는 다급하게 카톡창을 찾았다. 엄마가 "○○아, 무슨 말이야? 배가 가라앉다니? 전화는 자꾸 말소리가 끊어진다"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들에게선 답이 없었다. 엄마는 "○○아? 괜찮은 거니? ○○아, 아들아 아들?" 애타게 불러 보았지만 카톡창엔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는 뜻의 '1'이 남았다.

"형 지금 배 타고 제주도 가고 있었는데 배가 뭔가에 부딪혀서 수상구조대가 오고 있대. 데이터도 잘 안 터져." 동생의 말에 형은 최대한 동생을 안심시키려 노력한다. "크게 박살 났어?"라고 물은 뒤 동생이 "그건 내가 실내에 있어서 모르겠는데. 데이터도 잘 안 터져"라고 하자, 형은 마음을 다잡고 동생에게 차근차근 조언한다.

"구조대 오면 금방 (돌아) 오니까. 괜히 우왕좌왕 당황할 필요 없고 천천히 정신 차리고 하라는 대로만 해. 시키는 대로만 빨리 움직임 된다. 데이터 터지면 다시 연락해 형한테. 시키는 대로만 하고 정신만 잘 차리면 다 된다. 마음 강하게 먹고 있어." 형의 당부는 오전 9시25분부터 30분동안 이어졌지만, 동생은 이 메시지를 읽지 못했다.

30명이 속한 학교 연극부의 단체 카톡방. 배에 탄 학생이 선후배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사랑한다'였다. "연극부 사랑함…다들 사랑해ㅜㅜㅜㅜ 우리 진?ㆍㄱ을(죽을) 거 같애.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다 용서해줘. 사랑한다."

제발 이들이 살아 있기를….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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