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오쯔양(趙紫陽)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측근으로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해 당을 탈퇴하고 해외로 망명한 천이쯔(陳一諮ㆍ사진)가 지난 13일 미국에서 사망했다고 홍콩 언론 매체들이 16일 전했다. 향년 74세.
천이쯔의 가족들은 그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두려움이나 걱정 없이 평화롭게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베이징(北京)대를 나와 국무원 경제체제개혁연구소를 맡은 천이쯔는 자오 전 서기를 도와 농촌 경제 개혁과 정치 개혁 등을 추진했다. 특히 1989년 톈안먼 사건 당시 정부가 학생들을 애국자로 인정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당시 덩샤오핑(鄧小平)의 아들인 덩푸팡(鄧朴方)에게 아버지를 설득해 줄 것을 여러 차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이쯔는 그러나 결국 89년6월4일 새벽 탱크를 앞세운 무력 진압이 이뤄지자 당 탈퇴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공직에서 쫓겨난 그는 정치적 박해를 피해서 홍콩과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했다. 지난해 귀국을 신청했으나 중국 정부가 반성문과 함께 다른 활동을 벌이지 않겠다는 서약을 할 것을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고 귀국을 포기했다.
톈안먼 사건을 촉발한 개혁파 인물인 후야오방(胡耀邦) 전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25주기 추도식이 15일 장시(江西)성 궁칭청(共靑城)시에서 열린 데 이어 톈안먼 사건 당시 무력 진압에 반대했던 천이쯔의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며 톈안먼 사건 25년을 앞두고 재평가 요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가족들은 천이쯔를 미국에서 화장한 뒤 베이징의 부모 묘에 안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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