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와 아래는 전혀 다른 세상입니다. 촬영 작업도 그렇지만, 똑같은 생명체라도 바닷속에서 만날 땐 다가오는 느낌이 완전히 다르죠.”
11일 개막한 ‘2014 완도국제해조류박람회’에선 누구나 스쿠버다이버가 돼 바닷속을 유영하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생태환경관에 있는 3D 상영관이다. 할인마트 수산물 코너나 어시장 좌판에 평면으로 누워 있던 해조류가 여기선 코앞에 다가와 입체로 너울거린다. 상영 작품의 제목은 ‘해조류의 꿈’. 검푸른 바닷속에서 초록빛으로 춤추듯 흔들리는 모습이 흡사 SF영화의 한 장면으로 다가선다. 그러나 이 비현실적인 장면이 바로 강원 고성 앞바다와 거문도, 제주도의 우리 바닷속 풍경이다.
이 영상을 촬영한 사람은 씨플렉스 대표 김준희(45) 감독이다. 대중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영화판에선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지난해 이후 그가 수중 촬영을 책임진 영화 작품만 해도 여섯편. 지난 주말 완도에서 만난 날도 새벽까지 봉준호 감독이 제작하는 ‘해무’의 수중 장면을 촬영하다 왔다고 했다.
그런데 바닷속에서 레귤레이터(호흡기)를 물고 진행하는 영상 작업이란 어떤 일일까.
“제임스 캐머런의 ‘어비스’나 뤽 베송의 ‘그랑 블루’는 작가의 풍부한 바다 지식이 있어서 그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거겠죠. 하지만 한국에선 감독이나 작가가 수중 경험이 없어 10분 분량 촬영에 딱 지문 몇 줄 던져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물속 장면은 순전히 수중팀의 상상력에 의한 것일 때가 많아요.”
직업군인 출신인 김 감독은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애정이 수중촬영으로 옮겨간 특이한 경우다. 일찍이 일본으로 건너가 공부하고 왔을 만큼 열정파인 그는 하늘을 나는 것 같은 자유로움이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이라고 했다. 그에게 영상작업은 그 자유로움을 스크린 속으로 옮겨 놓는 작업이다. 특히 그는 물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을 표현해는 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푸른색 일색이라고 생각하지만 바닷속은 온통 신비로운 보색으로 이뤄져 있어요. 그것을 표현해 내는 것이 가장 어렵고, 또 매력적인 작업이죠.”
김 감독이 독보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촬영 능력에 있지만 장비를 다루는 그의 재주 또한 못지않다. 제대로 된 수중 디지털카메라가 수입되기 전부터 그는 필요한 장비를 직접 만들어 썼다. 그가 현재 사용하는 직교식 3D 초과화질(UHDㆍ4K) 방수장비(하우징)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완성된 것이다. “영상산업에서 바닷속은 어쩌면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입니다. 수중촬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합니다. 해외에서 막대한 자본을 들여 수중 세트를 짓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거예요.”
완도=글ㆍ사진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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