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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아들아" "여보"… 구조자 명단서 가족 이름 못찾자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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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 "아들아" "여보"… 구조자 명단서 가족 이름 못찾자 눈물바다

입력
2014.04.16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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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동외리 진도실내체육관. 이곳은 세월호 침몰사고 생존자들이 타고 온 배가 들어온 팽목항에서 차로 20~30분 떨어져 있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을 진료하는 이곳은 환자와 혹시 내 아들이, 내 남편이 이 곳에 있을까 확인하러 온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곳곳에서는 구조자 명단 속에서 가족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해 충격으로 실신하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2 같은 시각 전남 목포시 목포한국병원 응급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중경상자 20여명이 실려온 이곳도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한 50대 남성은 "동생이 세월호에 탔는데 진도실내체육관 생존자 명단에도 없고, 이곳 환자 명단에도 없다. 도대체 동생을 어디서 찾아야 하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탑승객 가족들은 생존자 명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사고 수습 당국을 질타했다. 가족들은 진도 팽목항과 진도실내체육관, 진도한국병원, 해남종합병원, 목포한국병원들을 오가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진도실내체육관 앞에서 만난 A씨는 "항구, 병원 어디에 붙어 있는 명단에도 딸의 이름이 없다.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자랑하던 정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학부모는 체육관에서 담요를 둘러 쓰고 있는 학생들에게 "혹시 우리 딸 못 봤니"라고 물은 뒤 "잘 모른다"는 답변을 듣고는 자리에 주저앉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구조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던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전남도, 진도군, 해경, 해군 등 사고 수습에 나선 관계자들에게 "구조된 게 맞느냐, 구조된 사람들은 언제 오느냐"고 다그쳤다. 그러나 현장 관계자들은 실종자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 발표를 그대로 옮겨 가족들의 원망을 샀다.

항의가 거세지자 오후 늦게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은 이동진 진도군수는 "가족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 현장 상황이 복잡해 말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불충분한 설명에 가족들이 더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쫓겨나듯 현장을 떠났다.

가족 30여명은 더 기다릴 수 없다며 팽목항을 찾았다. 가족들은 김성식 목포해양경찰서 진도파출소 소장에게 "생존자 180여명을 실은 배가 추가로 온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왜 말이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이 "추가로 들어올 배는 없다"고 마지못해 말하자 팽목항은 눈물바다가 됐다.

조카 권모(단원고2)양을 찾던 강모(47ㆍ여)씨는 "같은 반 학생에게 물어보니 우리 조카가 선실 안쪽에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면서 "오전에는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려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카가 너무 오랜 시간 배를 타서 수학여행 가기 싫다고 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선착장 한쪽에서 흐느끼던 B양(안산 경일고)은 "내 동생이 아직 배 안에 있다"며 "배가 들어온다고 했는데 경찰관 아저씨가 안 온대요. 어떡해요"라며 오열했다.

이날 사고로 숨진 정차웅(단원고2)군과 박지영(22ㆍ여)씨의 시신은 목포한국병원에 안치됐으며 부상자 50여명은 이 병원과 진도한국병원, 해남종합병원 등 병원 6곳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진도=손현성기자 hshs@hk.co.kr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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