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갑을(甲乙) 관계'를 이용해 억대 금품과 향응을 수수한 사실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사 직원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중소 납품업체 사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문홍성)는 납품업체로부터 1억6,000만원 가량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뇌물 수수 및 배임수재)로 한국공항공사 R&D사업센터 최모(42) 과장을 구속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최씨와 공모해 금품을 나눠 챙긴 공항공사 이모(49) 부장과 김모(57) 전 센터장, 또 다른 이모(50) 부장 등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공항공사의 항행안전시설 구매 실무를 담당한 최 과장은 2010년 2월 운행 중인 항공기에 거리 정보 등을 제공하는 시설과 장비 납품업체인 A사로부터 납품 수주를 미끼로 1억2,000만원의 현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최 과장은 업체에 "현금으로 2억원을 달라"고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과장은 50만원권 기프트카드 2,200만원 상당을 명절 선물 명목으로 받아 납품사업 결재라인에 있는 김 전 센터장 등과 나눠 가지고, 17차례에 걸쳐 고급 룸살롱 등지에서 2,100만원 가량의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최 과장은 A업체에 압력을 행사해 자신의 박사학위 담당 교수에게 4,000만원 상당의 연구용역을 의뢰하도록 했는가 하면, 해외 출장 비용도 대도록 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납품업체 사장은 이같은 공사 직원들의 부당한 요구와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10월 결국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항공사는 2009년 자체 징계 규정을 개정해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상의 금품과 향응을 받을 경우 해임이나 파면 조치하는 '원스크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했지만 최 과장 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한편 검찰은 A업체로부터 장비 매뉴얼 인쇄비 1,000만원 가량을 대신 납부하도록 한 부장급 직원 1명을 추가로 적발해 공항공사에 비위사실을 통보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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