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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커지는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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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커지는 딜레마

입력
2014.04.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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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원 이상 꽃선물 금지풀자니 국민정서 안맞고 안 풀자니 꽃농가 아우성소방시설 분리발주 의무하도급 전문업체 웃고 건설사는 규제 추가 울상명확한 기준부터 마련을이해집단 밥그릇 싸움에 부처 가세 대리전 양상개혁추진 방향 재정비해야

정부 부처가 앞다퉈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다른 관련 부처나 이해관계자의 반대에 부딪혀 진퇴양난에 빠진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눈 앞의 규제를 없애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규제가 만들어진 이유, 목적을 가볍게 여긴 탓이다.

'화훼 선물금지 규제 개선안'은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다 반대에 부딪힌 대표적 사례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는 2016년까지 규제 650개 중 20%를 줄이겠다고 밝히면서 대표 과제로 "공무원에게 꽃 선물을 금지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2011년 개정된 '공직자 행동강령'은 공무원이 3만원이 넘는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하면서 꽃과 화환을 '받아서는 안 되는 선물'의 예로 들었다.

화훼규제 폐지는 농식품부가 화훼 농가의 오랜 소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간 화훼 농가에게 화훼규제는 공공의 적이었다. 웬만한 난 화분 가격이 5만원대인 터라 공무원에게 난 화분을 선물하기가 힘들어졌고 공무원 사회 여론이 '화분 받으면 찍힌다'는 식으로 흐르면서 공직 인사철 대목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꽃은 사치품도 아니고 해마다 줄어드는 농가 소득도 올려야 한다"면서 "개혁 1단계는 예에서 꽃을 빼는 것이고 2단계는 10만원선까지 화분 선물을 허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동강령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권익위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9%, 공무원의 62%가 '3만원 상한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선물을 조금도 받아선 안 된다'는 보기를 선택한 국민도 23%에 달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국민이 공무원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데 화훼 때문에 기준을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화훼규제를 풀기 시작하면 수산물, 농산물 단체의 압력에 규제를 다 풀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규제로 이익을 얻는 집단이 분명히 갈리는 곳에선 규제 방향을 두고 다툼이 치열하다. '소방시설공사 분리발주 의무화'의 경우 국토교통부와 종합건설업계, 소방방재청과 전문 소방설비업계가 패를 나눠 다투고 있다.

소방시설 분리발주 의무화는 앞으로 건물을 지을 때 소방시설공사를 반드시 전문업체에 맡기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대형 공사에서는 종합건설사가 일감을 따내고 전문업체에게 일을 나눠주는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방재청과 전문업체들은 이런 제도 탓에 소방시설 전문 건설업체는 저가 하도급에 시달리고, 부실공사로 이어졌다며 분리발주 의무화를 환영한다. 반면 국토부는 공정 관리 효율성, 종합건설사는 규제 개혁 흐름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전문업체와 종합건설사 간의 밥그릇 지키키 싸움에 방재청과 국토부가 대리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방재청 관계자는 "우리가 전문업체 입장에서 말하듯 국토부도 결국 종합건설업계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혁 추진방향을 재정비해 보다 분명히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당장 규제를 없애는 데 급급하기보다 어떤 규제가 필요 없는지 가를 명확한 기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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