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식 도제(徒弟) 학교가 내년에 생긴다. 공부하면서 일하고, 취업을 한 뒤에 대학 진학을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0.9%)에도 미치지 못하는 우리나라 청년(15~29세) 고용률(39.7%)을 감안하면 청년취업구조 개선은 시급한 과제지만, 성공을 장담하기엔 일러 보인다.
15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에 따르면 스위스 도제교육을 본뜬 '한국형 직업학교'가 내년 특성화고 3곳에 시범적으로 도입된다. 일반계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정보학교, 직업대안학교인 폴리텍대 부설학교, 기업학교 중에서도 4곳을 골라 자격과정을 갖춘 도제식 훈련교육을 시범 실시한다.
한국형 직업학교는 '1+4제' 또는 '2+3제'로 운영된다. 하루나 이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3, 4일은 기업 현장에서 실습을 하는 식이다. 스위스의 중등직업교육(VET)과 비슷하다. 또 통학거리를 감안해 산업단지 부근 학교를 우선 선정하고, 기계 소프트웨어 등 도제수업이 가능한 전공도 7개 정도 정한다.
기업은 운영비를 세액공제 받고, 이후 채용한 졸업생 1명당 2,000만원의 세액공제 혜택도 누린다. 기업과 학교간 채용약정을 맺어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 업종별 맞춤교육을 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나 투자 여부는 미지수다. 정부 실태조사에서 10곳 중 3개(33.8%)기업만 스위스식 직업학교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과 훈련을 함께 하기가 부담스러운데다, 교육비 부담, 이직으로 인한 투자손실도 걸린다는 것이다. 반면 스위스는 5만8,000개의 기업이 연간 6조원 가량의 도제교육 관련 비용을 부담할 만큼 기업들이 오히려 적극적이다.
청소년들의 인성교육도 걱정이다. 학교 수업이 줄어들면 그만큼 장래의 다양한 기회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꽉 짜인 기계부속처럼 구조화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창의력을 키울 기회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게다가 산업재해 위험도 배제하기 힘들다. 현재 특성화고의 현장실습도 불법 야근, 사망 등 안전사고 발생 같은 문제가 그치지 않고 있어, 기업이 지켜야 할 책임과 의무 기준 마련, 관리감독 장치가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관리방안은 뒷전이고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만 제시하고 있다. 설상가상 현장실습 실시 학년도 낮추겠다(고3 1학기 후→고2 2학기 후)는 방침이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제 학교를 나온 뒤 연관 기업 취업에 실패하면 다른 직업을 찾기 더 힘들어진다"며 "훈련 받은 청년들이 반드시 고용될 수 있도록 산업계가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스승과 제자가 일심동체가 되야 하는 게 도제 교육의 핵심"이라며 "현장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제 강사는 기술뿐 아니라 인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직업학교가 일반 고교보다 인성교육이 취약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기업 및 사회적 인프라도 만들어야 하는 등 단시간 내 정착시키기 어려운 문제이니만큼 구체적 해결방안을 차근차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뿌리깊은 학력 차별과 전 정권의 유사 정책 실패도 넘어야 할 산이다. 우리나라 학부모 93%는 자녀가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기 원한 반면,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된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했다. 이명박 정권의 고졸 취업대책이자, 스위스식 도제 학교의 이전 버전이랄 수 있는 마이스터고 진학을 고민하던 중학생이 인터넷 관련 커뮤니티(회원 1만7,000명)에 올린 글은 우리 사회 인식의 단면을 드러낸다.
"주변에 (마이스터고 진학) 상담을 받았는데,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결국 공고)고 하고. 어떤 대기업이 고졸을 쓰냐, 소수만 뽑고 그마저 나중에 해고한대요."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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