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 노예사건'으로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전남 신안군에서 20년 전 자신의 염전 노동자를 살해한 업주가 경찰 수사로 새롭게 밝혀졌다. 그러나 공소시효가 지나 살해 혐의가 묻힐 처지다. 경찰은 대신 또다른 살인 미수 사건을 적용해 그를 구속했다.
전남경찰청은 자신에게 불만을 품었다는 이유로 염전 노동자를 흉기로 찌른 염전 주인 박모(59)씨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또 경찰은 염전 노동자들에게 임금을 지불하지 않은 신안군의회 박모(59) 부의장 등 10명을 영리유인 및 폭행, 준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박씨는 2010년 3월 자신이 운영하던 신안군의 식당 종업원 최모(52)씨가 고기 불판을 닦으면서 불만을 내비쳤다는 이유로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는 다행히 생명을 건졌다. 박씨는 1991년부터 최씨를 염전에 고용해 부리면서 자신의 식당에서도 일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박씨가 1994년 염전 노동자 엄모(당시 43세)씨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른 노동자를 시켜 엄씨의 손발을 묶은 뒤 하수구에 빠트려 숨지게 한 진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엄씨는 단순 익사 처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공소시효 15년이 지나 처벌이 어렵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염전을 운영하던 박 부의장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한모(59)씨 등 3명을 고용해 지난 2008년 11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일을 시키면서도 임금 7,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2월부터 신안의 염전 239개소 전수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목포=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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