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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문턱 낮추니 관람객 몰려 문턱 닳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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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문턱 낮추니 관람객 몰려 문턱 닳아요"

입력
2014.04.15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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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이 클 때는 이렇게 좋은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미술관과 운영이 많이 부럽습니다."

지난해 말 부산에서 온 한 관람객이 양평군립미술관을 방문하고 남긴 방문후기 글이다.

개관 2년을 조금 넘긴 양평군립미술관이 멀리 부산과 통영 등 전국에서 찾아와 관람할 정도로 깜짝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경기 양평군 양근리 양근대교 옆에 자리한 미술관은 '군립'이라는 명칭답게 아담하다. 대지 8,069㎡에 지하 1층ㆍ지상 3층(건물면적 4,184㎡)규모다. 운영인력도 보안ㆍ환경미화원을 포함해 10여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군립미술관은 2011년 11월 개관 후 현재까지 32만명의 관람객이 찾았고 지난해 연간 관람객수도 20만명을 넘어섰다. 양평군 전체 인구가 10만명을 약간 웃돌고 서울의 대형 미술관에 비하면 턱없이 열악한 여건인 것을 감안하면 '돌풍'이라는 말이 전혀 지나치지 않은 수준이다. 특히 미술관 방문객 중 64%가 2회 이상 방문했고 5회 이상 찾은 관람객도 21.6%에 이를 정도로 재방문률도 높다.

이처럼 작은 소도시의 미술관이 흥행가도를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문턱 낮추기'였다. 예술의 전당 25년 경력의 이철순(57) 관장은 미술관 개관을 앞두고 "전체 인구의 1~3%인 애호가 중심의 미술관 운영에서 벗어나자"는 운영 방침을 정했다. 이 관장은 "설문조사를 해보니 일반 대중들은 미술관 찾는 것이 낯설고 어렵다는 반응이 가장 많아서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술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전시 제목부터 친근해졌다. 극사실주의 작품을 전시할 경우에는 음식 등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에서 착안한 '맛의 나라'로, 개념미술은 '마법의 나라'로 이름을 지어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작품사조도 정통회화부터 미니멀리즘, 생태미술, 팝아트로 폭넓게 골랐다. 소재도 타자기 자판부터 스테인리스까지 등장했고 극사실주의, 점묘, 입체 등 다양한 기법은 눈을 즐겁게 했다.

"규모는 작지만 재미있다"는 반응이 빠르게 입 소문을 타면서 군립미술관은 수도권 가족체험의 명소가 됐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관람객도 87.9%나 됐다. 관람객은 양평군민 51.5%였고 수도권 거주자가 37.2%였다. 강원도와 부산 관람객도 있고 통영 등 18개 시ㆍ군에서는 군립미술관의 성공을 배우기 위해 직접 찾아왔다.

이 관장은 "문턱을 낮춰 생활 속 가족 미술관을 표방하지만 전시작품은 최고 수준을 추구하고 있어 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이런 방향은 바뀌지 않겠지만 아무 때나 찾아도 최고의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볼 수 있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다음달 1일부터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사랑 전'이 열린다. 가족과 연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전시된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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