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장기적으로는 정부 방향 옳다"면서도 "중소기업 수준 못 높이면 자칫 청년들 저질 일자리에 밀어 넣는 데 그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15일 내놓은 청년 고용 대책의 방향이 장기적으로 옳다고 평가했다. 대책의 골자는 고등학교부터 스위스식 도제 제도 도입, 일·학습 병행 활성화 등으로 직업교육을 강화해 15~29세 청년층의 취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다. 대책이 효과를 내면 결과적으로 고학력 실업자도 줄어든다. 맹목적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하는 고등학생이 늘기 때문이다. 한국 청년층 고용률은 지난해 39.7%로 경제개발협력기구 평균(50.9%)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드러냈다. 대책의 초점이 현장교육을 강화해 청년이 대학을 안 가고 기술직, 중소·중견기업 일자리를 얻는 데 맞춰졌는데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복지 격차는 여전히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것. 이지선 LG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청년들이 대기업만 고집하고 자발적 실업 상태를 유지하는 비정상 상황에서 중소기업으로 취업을 유도하는 건 적절한 정책"이라면서도 "일자리 50만 개 목표에만 매달리다 열악한 직장에 젊은 층을 몰아넣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직장생활을 비정규직, 중소기업에서 시작하면 경력이 쌓인 후에도 정규직,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어려운 노동시장 단절현상도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 수준을 개선하지 않으면 정부가 내놓은 취업지원금 인상 등 '중소기업 장기근속 유도 정책'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은 일자리 수의 절대부족이지, 중소기업 기피 같은 '미스매칭'때문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청년들을 교육시키는 쪽, 고용시장 공급 쪽에만 맞춰져 있다"고 비판했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 사정이 나빠져 중소기업이 새 인력을 뽑을 생각을 안 하는데 청년층을 교육하는 것만으로는 취업난을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근본적으로는 중소기업 지원, 규제 개혁 등을 통해 꼬인 경제 상황이 나아져야 취업난도 풀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수준의 근로환경이나 교육시설을 갖춘 중소기업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이는 정부도 인정한 부분이다. 기획재정부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일·학습 병행기업을 내년까지 1만개로 늘리려 하는데 전반적으로 도제 제도를 수행할만한 수준이 안 되는 기업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일단 시범사업을 통해 기업마다 시설 등 교육 환경을 개선해 나가서 2017년에는 일·학습 병행 계획에 참여하는 기업을 7만개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가 맥을 잘못 짚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책 초점이 고졸 이하 비숙련 근로자에게만 맞춰져 있다"면서 "청년 고용문제의 최대 진원지인 고학력 실업자 문제와는 동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장기 대책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대기업의 고용창출, 경제민주화를 통해 중소기업의 일자리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문제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고학력자 실업 문제나 기업의 고용 수요 확대는 고용 대책보다 거시 경제 정책으로 풀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기업이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게 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 대책이나 투자 활성화 대책"이라면서 "더 많은 규제를 개선하고 서비스업을 육성해 꾸준히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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