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3대 장르는 오래도록 시, 소설, 희곡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희곡은 문학의 카테고리 아래 잘 놓이지 못한다. 희곡을 연극은 물론 돈이 되는 영화, 드라마 등의 스토리 정도로 생각하는 시류 때문이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가 2011년부터 진행해온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문학의 범주 아래 두 장르를 동등하게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좋은 기회이다.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닌, 문학성이 높은 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작업에는 희곡의 정체성을 온전히 문학에 붙들어 매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16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진행되는 '2014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에선 소설가 한유주와 박솔뫼의 소설이 연극으로 옮겨져 차례로 공연된다. 한유주의 '자연사 박물관'은 윤성호 연출이, '한탄'은 전진모 연출이 16~20일 무대화한다. 23~27일에는 김한내 연출이 박솔뫼의 '우리는 매일 오후에'를, 강민백 연출이 '어두운 밤을 향해 흔들흔들'을, 그리고 성기웅 연출이 박 작가의 미발표작 '도미의 나라'를 연작 형태로 공연한다.
이번에 무대화하는 한유주의 작품들은 '소설쓰기 과정 자체를 드러내는 것 등 실존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자연사 박물관)이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망자에 대한 기술'(한탄)을 담았다. 박솔뫼의 소설들은 미발표 신작을 포함해 모두 공통으로 원전사고라는 소재를 다룬 작품들이다.
그 동안 '단편소설 입체낭독극장'은 기본적으로 소설을 '낭독'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 공연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연극의 외형을 최대한 유지하겠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소설 텍스트는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배우들의 대사와 지문으로 옮기면서 연기와 무대장치를 갖춘다는 설명이다.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관계자는 "문학작품을 무대화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낭독과 각색을 통한 완전한 연극 공연이 있는데 이번 행사에 오르는 작품들은 이 두 방식의 중간 정도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소설 텍스트를 지문으로 옮기는 형태가 배우의 낭독이 될지, 아니면 무대 디자인이 될지는 연출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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