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때문에 약사들이 잔뜩 뿔이 났습니다. 정확하게는 한 대형마트가 제약사를 통해 판매하기 시작한 '반값 비타민'입니다.
대한약사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고려은단은 그 동안 약국에서 영국산 원료를 사용해 차별화한 비타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신뢰도를 쌓은 후, 마치 동일한 원료의 제품을 대형마트에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 속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매운동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논란의 발단은 고려은단이 지난달 말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 비타민C 1000'과 '이마트 프리미엄 비타민C'를 출시하면서부터입니다. 제품가격은 각각 9,900원, 1만5,000원으로 약국에서 판매하던 기존 고려은단 제품(2만5,000원)보다 크게 낮습니다. 비타민C 매출 1위인 고려은단 브랜드 인지도에 저렴한 가격이 더해지며 이 제품들은 출시 2주 만에 5만2,000여개나 팔려나갔습니다.
이마트는 출시 당시 중간 유통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췄다고 밝혔지만, 사실 가장 큰 인하요인은 원산지였습니다. 기존 고려은단 비타민이 영국산 원료를 사용한 반면 이마트 제품들은 가격이 4분1 정도인 중국산 원료를 쓴 것이죠. 물론 중국산이라고 해서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고려은단과 이마트는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제품에는 따로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았습니다.
약사들은 '반값 비타민' 때문에 기존 고려은단 제품 판매가 큰 영향을 받자, '대국민 사기극'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강력 반발에 나선 것입니다. 사태가 확산되자 이마트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비타민C 제품의 90%가 중국산이며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는 비타민 대부분이 원산지를 표기하지 않다"면서도 "이번 주부터 중국산 원료라고 제품에 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반값 제품'출시는 우리나라 대형마트들이 가장 잘 한 일중의 하나입니다. 이 덕분에 기존 제품들의 가격거품이 많이 빠지게 되었죠. 이젠 커피 홍삼 자전거 TV까지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산됐고, 더 많은 품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렇다 해도 한가지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원산지와 같은 제품정보는 솔직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거죠. 먹거리나 약품이라면 더욱 더 그렇습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