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2학년, 상상력·호기심 왕성… 쉽고 삽화 많은 그림책 좋아초등 3·4학년, 독서 편식 우려… 다양한 책들 경험할 수 있도록초등 5·6학년, 가치관 정립 시기… 토론·글쓰기로 표현력 키워 줘야중·고교, 논술 대비 전문적 독서지도 필요… 성장소설 권할 만
요즘은 초등학교 시험에도 단순 암기보다는 종합적 사고력을 요하는 서술형 문제가 많이 나온다.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에는 독서 외에 비법이 따로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무턱대고 책만 들이밀어서는 효과가 없다. 자녀의 연령에 따른 적절한 독서교육이 필요하다.
책에 대한 흥미 필요한 초교 1,2학년
초등학교 저학년에게는 독서 습관을 길러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의 발달단계를 보면 5세부터 상상력과 호기심을 갖기 시작해 초교 1,2학년 무렵 최고조에 이르기 때문에 어휘가 쉽고 알록달록한 삽화가 많이 포함된 그림책이 좋다.
질문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요 방법이다. 책의 제목만으로 줄거리를 상상하거나, 다음에 나올 장면을 생각하게 하는 질문은 책에 대한 흥미를 더해 줄 수 있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이언정 수석연구원은 "책의 그림에만 집중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글자를 짚어가며 읽어주는 것은 금물"이라며 "아이의 상상력을 방해해 독서에 대한 흥미를 오히려 떨어트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때는 도덕성이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선과 악이 명백히 드러나는 우화나 학교, 사회의 예의범절을 다룬 생활동화를 보는 게 바람직하다.
편독 피해야 할 초교 3,4학년
초교 3,4학년은 사고력이 크게 발달하는 시기다. 추상적인 어휘도 이해하고, 비판적 사고가 가능해지면서 책의 내용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기도 한다. 자기 의견이 뚜렷해져서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선호하는 소재의 책만 고르기 쉽다. 독서에서 편식이 이뤄지는 것이다. 너무 외골수로 치우치지 않는 게 좋지만 그렇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 박기현 수석연구원은 "자녀가 원하는 책을 읽지 못하게 하지 말고, 읽고 싶은 책을 보게 한 뒤 그 책의 주제와 관련한 다른 책을 부모가 함께 읽는 식으로 다양한 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화에 대한 흥미도 점차 높아지는 때다. '만화는 안 된다'고 야단치면 오히려 만화를 더 보고 싶게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학습만화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관련된 자료를 함께 읽게 하는 식의 독서지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사회, 과학 도서를 읽고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도 갖추도록 하는 게 좋다.
비판적 사고력 확장할 초교 5,6학년
논리적 사고와 비판의식이 형성되는 초교 고학년이 되면 해당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따라서 찬반토론, 글쓰기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어린이 신문이나 역사 철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해준다면 보다 왕성한 독서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책에 나온 사건과 배경 간의 관계를 추론하는 연습은 사고력을 더욱 확장해줄 수 있다. 예를 들면 '등장인물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이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어떤 의미를 전하려는 것일까' 등으로 물음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가치관이 정립되는 시기인 만큼 우정을 다룬 책이나 위인전도 추천할 만하다. 이언정 수석연구원은 "인물 이야기는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비교해보는 경험을 통해 인생에 대한 좋은 가치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서 목표 세워야 할 중ㆍ고교
중ㆍ고교에서는 보다 전문적인 독서지도가 필요하다. 대입 논술 대비 등을 위해서는 '계획-점검-결과 확인' 과정을 거치는 자기주도적인 독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첫 번째 계획 세우기는 독서의 목표를 설정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을 다룬 하근찬의 소설 를 읽기로 했다면 한국 단편소설 중 이 책을 택한 이유와 목적을 세워 본다. 만약 의 독서 목표로 '역사적 사실 파악하기'를 정했다면, 해당 시대상을 설명한 역사책을 먼저 읽은 뒤 주인공의 상황과 연결해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점검 과정이다. 끝으로 독서를 통해 깨달은 점을 독서노트에 정리한다.
박기현 책임연구원은 "신체적 변화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인물이 나오는 성장소설을 읽으면 심리적 불안을 해소하고 정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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