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하동 악양면에서 30년째 농약을 쓰지 않고 나물, 매실, 배, 단감 등 제철과일과 채소 농사를 짓는 이옥례씨는 요새는 매일 산에 오르내리기 바쁘다. 매일 오전 10시까지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다음 산에 올라가 산나물을 따고 5시 전에 배송까지 마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배송된 산나물은 다음날 주문한 고객의 식탁에 오르게 된다. 이씨가 홍보나 배송에 신경을 쓰지 않고 농사에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은 농수산물 직거래 쇼핑몰 '헬로네이처'에 입점하면서부터다.
헬로네이처는 농작물을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고, 고객으로부터 주문을 받은 다음 경작자에게 매일 아침 주문량을 알려주면, 주문량만큼 수확해 배송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씨처럼 이곳에 입점한 농가는 약 300군데. 헬로네이처는 배송 후 고객들의 평가나 사후서비스(AS) 등도 담당한다.
헬로네이처에서 판매되는 농작물이 인기를 끄는 데에는 '스토리'도 한 몫하고 있다. 산나물의 경우 '누가 돌보지 않아도 자연에서 비, 바람 맞고 자란 건강한 나물'이라는 설명과 함께 상세한 사진과 요리법이 함께 소개된다. 이씨는 "7년 전부터 직접 온라인몰을 운영했지만 농사 짓기 만도 벅찬 상황에서 온라인몰을 하기 어려워 결국 접었다"며 "전문 업체에 맡기니 생산만 잘하면 판매경로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데다 판매량도 늘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복잡한 유통경로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온라인으로 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전문 쇼핑몰들이 인기다.
헬로네이처, 푸르니푸드, 프레시멘토 등 전문 쇼핑몰들은 상품기획자(MD)들이 직접 소규모 친환경 농가를 찾아 상품의 품질을 점검하고, 농부와 농작물의 이야기를 담아 소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주문 후 수확하는 데다 배송도 하루 혹은 이틀을 넘기지 않기 때문에 신선도도 보장된다. 무엇보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이들의 이름을 내걸고 하는 만큼 먹거리에 대한 신뢰가 인기의 핵심이다.
친환경 제품이다보니 가격은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일반 농산물보다 비싸지만, 백화점이나 전문점에서 파는 친환경 제품보다는 저렴하다. 푸르니푸드 장성호 대표는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으면 생산량은 감소한다. 때문에 가격은 일반 농산물보다 약간 비쌀 수밖에 없다"면서도 "상하고 못생겨 보이기도 하지만 상품 품질은 절대 뒤지지 않는다. 충분한 경쟁력이 있는 상품들"이라고 말했다.
사실 산지직송 구매에서 소비자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바로 주문량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소포장된 제품들이 많아 원하는 양만큼 살 수 있지만, 대부분 산지직송의 경우 기본 한 박스 단위가 많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농산물 직거래 쇼핑몰들은 소포장 서비스를 시작했다. 문형민 헬로네이처 상품기획자(MD)는 "아직은 초기단계이지만 1인용가구나 아이를 둔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소포장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앞으로 종류를 더욱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지직송에 뛰어들었던 기존 온라인몰인 오픈마켓들도 관련 서비스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옥션에는 현재 2,000여개의 산지직송 농가와 중개업체들이 입점해 있다. 2008년 옥션에 입점한 '팔도다이렉트'는 현재 입점 산지농가를 100여곳으로 늘려 500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데, 매년 60곳의 생산지를 방문해 제품을 선정하면서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맛깔나는 세상'은 2011년부터 옥션에 입점해 충남 공주에서 가족이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 김치, 메주 등을 판매, 매년 3배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맛깔나는 세상의 운영자인 박지연씨는 "농약사용을 줄이고자 해충을 쫓기 위해 밭 곳곳에 막걸리를 비치해 해충을 유인하기도 한다"며 "6개월마다 식품품질검사 기관으로부터 품질과 위생을 검사 받아 신뢰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먹거리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실제 올 들어 신선식품 판매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했다. 옥션은 이달 중 옥션 카테고리매니저와 지역 우수판매자가 직접 추천하는 우수 지역특산물 재배· 판매 스토리 전문코너를 열 예정이다.
네이버도 최근 농산물 직배송 전문 온라인몰 9곳을 산지직송 서비스에 입점시키는 한편 산지직송 코너를 열고, 직접 이야기를 더한 농산물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G마켓은 'G마켓이 간다'는 코너를 통해 MD 4명이 전국 농가를 돌며 이야기 담은 농산물 소개 코너를 운영하고 있는데, G마켓이 생산 과정을 보여주고 품질을 보증하면서도 가격은 대형마트보다 약 20% 저렴하게 책정해 인기코너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종류가 대형마트만큼 다양하지 않고, 구매 단위도 큰 게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통단계를 줄였지만 그만큼 농가와 중개자들이 요구하는 가격 수준이 있고, 친환경 먹거리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일반 농산물보다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이 있다고 윰⊙?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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