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고통을 수반할 것이다. 에너지 공급 체계를 바꿔야 할 수도 있다. 풍력발전기나 태양전지 등을 생각해봐야 한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13일 발표한 제5차 평가보고서의 경제분야 작성자로 참여한 라이어 게를라흐 네덜란드 틸뷔르흐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IPCC는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생에너지 투자를 3배로 늘려야 하고 화석 연료에 대한 보조금은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천연가스의 도입을 확대하는 것이 석탄 의존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IPCC는 이런 변화들을 21세기 말까지 매년 성장률을 0.06% 정도 갉아먹는 '헐값'으로 실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게를라흐 교수는 "개발도상국은 매년 5%가 아닌 4.9% 성장을, 영국 같으면 2%가 아닌 1.9% 성장"이라며 "통계적으로 알아채지 못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설명대로 라면 IPCC가 깃발을 치켜 든 온실가스 감축의 대열에 누구나 합류할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이후 온실가스 감축을 놓고 선진국과 신흥국간에, 그리고 각국끼리 벌여온 갈등이 입증하고도 남는다. 다른 보고서 집필자였던 야콥 물루게타 영국 서리대 교수는 "중요한 것은 과거의 배출량을 어떻게 현재로 가지고 와서 또 미래에 맞춰 조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대체로 과학자들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 그리고 기후 도전에 관한 해결책 등에 대해 동의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얼마나 배출량을 감소해야 하는지 고통 분담에는 의견차이가 여전하다. 물루게타 교수는 "그들은 다른 각도에서 하나의 코끼리를 본다"며 "그리고 그 각도에 따라 제기되는 어려운 점들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나라들끼리만이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온실가스 감축을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데는 걸림돌이 이만저만 아니다. IPCC가 제안하는 방향에 맞춰 가장 선도적으로 에너지정책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이는 독일의 사례가 증명한다.
최근 BBC 보도에 따르면 베를린 남쪽 벨초프 탄광에서는 최근 엄청난 양의 갈탄을 캐내기 시작했다. 갈탄은 환경 오염을 가장 많이 일으키는 연료들 중 하나로 현재 독일 전기생산의 26% 이상을 만들어낸다. 이보다 좀더 딱딱한 흑탄을 포함하면 독일 전체 전기의 거의 절반을 IPCC가 가장 해로운 화석연료로 지목하는 석탄이 차지한다.
온실가스 감축이 어려운 것은 석탄이 심각한 오염원이지만 현재로는 가장 값싼 연료라는 데 있다. 광산업을 지탱하기 위한 지역 정치인들과 각종 협회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베를린에서 IPCC 회의 제3차실무그룹 회의를 주최하고 녹색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독일조차도 높은 석탄 의존에서 벗어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북해 연안의 광산 운영자들은 '석탄 없는 미래'라는 구상에 콧방귀를 뀐다. "석탄이야말로 지속적인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공급원입니다. 태양, 바람 등 재생가능에너지들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량을 조절할 수 있는 유일한 에너지원은 석탄입니다. 그들이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 해도 우리는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 가능합니다."
벨초프 남쪽 프로쉼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수십 채의 집을 부수고 도로를 놓고 있다. 새로 개발한 광산에서 채굴한 갈탄을 옮기기 위한 길이다.
하지만 눈 여겨 볼 것은 이 마을이 갈탄 붐에 취하지만 않고 온실가스 문제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마을 전체 120채의 집 중 40채가 태양전지판을 설치했다. 근처 들판에는 풍력 발전용 터빈이 돌아가고 농장 기업은 농산폐기물을 바이오가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최근 시작했다. 마을 주민 중에도 마을의 광산업 개발은 정부의 비전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 거대한 광산은 우리의 자연과 마을, 집과 인간의 삶을 파괴할 것이다." IPCC 권고를 실행하는 데는 수많은 장애물이 버티고 있지만 그 문턱에 걸려 넘어질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거나 주저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