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최근 파주 백령도 삼척에서 발견된 3대의 무인정찰기기와 관련해 "북한 소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코미디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북한 무인기라며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누군가는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날이 올 수 있다"고 음모론을 펴기도 했다. 이는 같은 날 국방부가 "무인기는 누가 봐도 북한 소행"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정면 부인한 것이다.
정부 발표에 대한 합리적 의심은 물론 필요하다. 확실한 증거 대신 정황상 증거만으로 북한 소행을 단정하는 것도 위험한 접근일 수 있다. 그러나 국회 외무통일위 전체회의에서 정 의원이 사회 일각의 조작설이나 음모설을 객관적 근거 없이 공개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을 한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정 의원은 '아래아한글 서체가 쓰였고 북한식 주체 연호가 없다'는 이유로 북한 소행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아래아한글은 2007년 남북한이 함께 참여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사업 당시 우리가 북에 제공한 바 있어 지금도 북한에서 사용 중이다. 일련번호의 주체 연호 부분도 그렇다. 북한이 우리 쪽에 불법 정찰기를 띄우면서 버젓이 '주체 00년'으로 표기했겠는가 하는 점이다. 더구나 무인기는 평양에서 공개된 것과 모양과 색깔이 비슷하고, 촬영된 내용은 청와대와 군부대가 대부분이다. 북한 소행이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나 타당성이 부족하다.
논란이 가열되자 정 의원은 어제 "무인기가 북한 것이 아니라고 확정적으로 말한 바 없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북한은 바로 정 의원 말을 이어받아 "무인기 사건을 조작해 반공화국 모략 선전과 비방에 광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책동이다.
정 의원이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측 간사인 만큼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가 개인적 발언으로 치부하며 침묵하는 것은 잘못이다. 천안함 사건 당시 유사한 조작ㆍ음모설이 나돌면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 의원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으면 당 차원에서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당의 입장과 배치된다고 판단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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